고희진 끝장쇼 5세트 ‘천금의 3블로킹’

  • 입력 2009년 3월 2일 07시 39분


홈팀 현대캐피탈은 1,2세트를 내준 뒤 내리 두 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5세트까지 몰고 갔으나 삼성화재 고희진의 연속 블로킹에 막혀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삼성화재는 이날 승리로 선두 현대캐피탈(23승5패)을 1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며 마지막 7라운드에서 역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도 4승2패로 우위를 점했다.

○고희진 “이대로 질 거에요?”

고희진은 삼성화재 최고 분위기메이커로 꼽힌다. 블로킹에 성공한 후 펄쩍펄쩍 뛰며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모습은 그만의 독특한 세리머니. 그런 고희진이 선배들에게 크게 화를 냈다.

고희진은 “3,4세트를 내준 뒤 너무 화가 나서 형들에게 ‘이대로 질 거냐’고 화를 버럭 내니 웃으면서 알았다고 하더라. 우리 형들은 마음먹으면 확실하게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희진은 5세트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블로킹을 3개나 잡아내는 등 이날 14점(블로킹 6개)을 올리며 팀 승리에 톡톡히 한 몫을 해냈다.

‘주포’ 안젤코 역시 천안 관중들의 일방적인 야유 속에서도 45점을 퍼붓는 맹활약으로 올 시즌 개인 최다득점 기록(역대 3위)을 세웠다.

○최고 명승부

3.1절에 유관순체육관에서 두 팀이 맞붙은 것은 V리그 사상 처음. 경기 전부터 열기는 뜨거웠다. 20여명의 천안여상 학생들이 유관순 열사 복장으로 선수들과 입장해 큰 박수를 받았고,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어깨에 태극기 문양 문신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6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8914명. 경기내용 역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두 팀은 1세트부터 35점까지 가는 등 1,3,5세트에서 듀스접전을 펼쳤고 2시간 27분 동안 혈투를 펼쳐 1경기 최장 경기시간 기록도 갈아 치웠다.

○‘이겨도 문제’…삼성의 고민

삼성화재는 이날 승리로 7라운드 결과에 따라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노장선수들이 많아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1위를 목표로 남은 전 경기에 ‘올인’할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신치용 감독이 “오늘은 지는 것이 나을 뻔했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3월 15일 대전에서 정규리그 마지막 대결을 갖는데 이 경기 결과에 따라 1위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KEPCO45를 3-0으로 완파했고, 여자부에서는 GS칼텍스와 KT&G가 각각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을 3-0, 3-2로 꺾었다.

천안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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