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도 1년만에 옷벗은 적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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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따라 울고웃고… 스포츠 감독의 세계

삼고초려해 영입한 명장도 ‘파리 목숨’

올시즌 국내 배구 감독 2명 중도하차


“우리는 파리 목숨이죠.”

한 스포츠 감독의 넋두리다.

감독은 성적에 일희일비한다. 언제든 구단에서 “나가라”고 하면 짐을 싸야 한다. 계약기간을 채우는 게 그만큼 힘들다.

올 시즌 프로배구는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두 명의 감독이 사표를 썼다. 그동안 스포츠 선수들의 꿈은 ‘감독’이었다. 하지만 성적 지상주의가 극심해지면서 감독의 위상은 변하고 있다.

○ 감독 오래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현역 최장수 사령탑이다. 1986년 11월 부임해 올해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기간에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경질된 감독은 923명이나 된다.

국내에서는 프로야구 삼성 김응룡 사장이 최장수 감독. 해태(현 KIA) 감독 시절 18년간 감독을 맡아 9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이 기간에 다른 팀에서는 39명의 감독이 팀을 떠나거나 새로 부임했다.

프로농구는 1997년부터 9년간 KCC 감독을 맡았던 신선우 씨가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았다. 이 기간에 34명의 감독(감독대행 제외)이 물갈이됐다. 김정남 씨가 프로축구 울산을 2000년부터 8년간 지도하는 동안 다른 팀들은 34명의 감독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 감독 선임은 팀 성적에 큰 비중

만년 하위권 팀이 특급 선수 1명을 영입해 우승 후보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른바 ‘명장(名將)’을 데려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러시아 대표팀)이 그렇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조차도 1998년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감독을 맡은 지 1년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이 때문에 스포츠구단은 감독을 선임할 때 각별히 신경을 쓴다. 감독 후보군을 여러 번 검토한 뒤 구단주가 최종 결정을 한다. 이렇게 검증받은 국내 감독들의 평균 연봉은 3억 원 수준이다. 초보 감독은 1억∼2억 원 선.

15년째 팀을 맡아 겨울리그 10회 우승을 이끈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처럼 그룹 임원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


○ 감독들의 몸도 부상병동

감독들은 크고 작은 병을 달고 산다. 성적 스트레스 때문이다.

“감독은 경기장 아니면 병원에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프로축구 감독은 “감독들끼리 만나면 첫 인사가 ‘요즘은 어디가 아프냐’다. 하지만 선수들이나 구단 관계자 앞에서는 내색도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한 프로배구 감독은 “감독으로 1년은 10년처럼 느껴진다. 가끔 ‘내가 왜 감독을 해서 이 고생을 할까’ 자책도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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