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필드오브드림] 기로에 선 ‘머니볼’야구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8시 35분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으로 대변되는 ‘머니볼’ 야구의 돌풍은 거셌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메이저리그에서 스몰마켓 팀들에게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오클랜드는 그 선두 주자로서 비록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적으로 충분히 그 위력을 과시했다.

거의 한 세기를 지배했던 기존의 스카우트 법칙과 팀 운영의 법칙을 뒤엎으며 미래의 팀 운영 청사진을 제공했다는 극찬의 평가를 듣기도 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오클랜드는 지구 2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으며 5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4할6푼대 승률에 머무르고 있다. OPS를 기본으로 빠르게 빅리그에 적응하는 대졸 출신 선수들을 공급하고, 덩치가 커진 선수를 발 빠르게 계약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마이너리그를 살찌우는 형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은 빈 단장이 선택한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에서 비롯된다. 많은 주축 선수를 놔주고 장기계약으로 잡은 에릭 차베스, 신인왕으로 등극했던 보비 크로스비와 늘 그렇듯 빠르게 계약했지만 이들은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다.

또한 전성기 때는 몸값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전성기가 지난 스타의 영입 성공(2006년 프랭크 토마스가 대표적이다)도 마이크 피아자와 마이크 스위니 등에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그 외에 빈 단장의 계산대로라면 지금쯤 이미 시장에서 주목하는 예비 스타로 성장해야할 대릭 바톤, 트래비스 벅, 댄 존슨, 리치 하든, 휴스턴 스트리트 등이 여러가지 이유로 팀을 떠나거나 더딘 성장을 보이면서 팀 리빌딩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빈 단장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매트 할러데이의 트레이드는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심지어 ‘머니볼의 실질적인 포기’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오히려 미네소타 트윈스가 오클랜드보다 더 충실히 ‘머니볼’의 진수를 보여주며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머니볼 야구라는 신개념에 대한 의문의 시각은 아직도 존재한다. 수년간의 성공만으로 긴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완벽한 인정을 받을 수는 없다.

미국의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도 양키스는 투수 2명에게 2억달러가 훨씬 넘는 투자를 했고 같은 지구의 LA 에인절스도 수년간 머니 게임을 하고 있다.

내년의 고비를 어떻게 넘느냐가 진정한 머니볼 야구의 롱런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오클랜드의 내년 행보가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끈다. 진정한 거대 마켓과 스몰마켓의 대결은 2009년에 한층 흥미를 더할 것 같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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