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거물 루키 오지환 “내 야구인생 = 유격수”

  • 입력 2008년 12월 9일 17시 54분


LG 트윈스에 입단한 고졸루키 오지환(18)이 유격수 경쟁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지환은 지난주 가진 엠엘비파크와의 인터뷰에서 “유격수라는 포지션은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며 “내 야구인생이 곧 유격수인 만큼 주전경쟁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LG가 올해 1차 지명한 경기고 3학년 내야수. LG는 투수와 유격수를 병행한 오지환에게 3억(계약금 2억8천만원)원이라는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유지현-박종호’의 키스톤 콤비가 해체된 이후 무너져버린 LG의 내야 센터라인 재건의 한 축을 오지환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오지환은 스카우트들로부터 손목힘이 강하고 파워가 좋다는 평가를 받은데다 수싸움에도 능해 ‘제 2의 유지현’에 목말라 있는 LG팬들로부터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다.

<다음은 오지환과의 일문일답>

※입고 싶었던 LG의 ‘줄무늬 유니폼’

Q : 1차 지명은 아마추어 선수에게 최고의 영예가 아닐 수 없다. 1차 지명을 받은 소감은?

A : 남들보다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1차 지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이 돼 정말 기뻤다. 명문구단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을 생각에 잠을 설친 날도 적지 않았다.

Q : LG에서 뛰게 됐는데 어떤 감정이 드는가? 평소 LG라는 팀에 관심을 갖고 있었나?

A :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서울에 연고를 두고 있는 팀에서 뛰고 싶었다. 그리고 LG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뛰고 싶어하는 팀이다. 게다가 LG 스카우트팀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주셨기 때문에 나 역시 LG에서 뛰는 것을 원했다. 즉 LG를 선택한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웠던 셈이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며, LG가 9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Q : 해외진출 욕심은 없었나?

A : LA 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메이저리그의 여러 팀이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과 내가 한국에서 뛰는 것을 원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생활을 하는 것보다 빨리 국내 프로무대에 적응해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미국에서의 오랜 마이너생활과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Q.: 일단 프로에 입단했는데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A : 팀이 몇 년 동안 부진했다. 햇병아리 선수이지만 이를 악물고 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내야의 한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것이다.

Q : 꽤 많은 계약금을 받았는데 그 돈은 어떻게 사용했는가?

A : 계약금과 연봉을 포함해 3억원을 받았다. 그 돈은 군산에 있는 집의 이사비용으로 사용했다. 좀 더 좋은 아파트로 옮겼는데 아들로서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 “유격수 오지환으로 기억되고 싶다”

Q :.LG는 인필드가 약한 대표적인 팀이다. 특히 유지현 이후 유격수가 없어 고민이다. 그래서 오지환에게 더 많은 기대를 갖고 있고, 출전 기회도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A : 진주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프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훈련을 해보니 괜히 프로 선수들이 아니더라. 코치님들이 1차 지명이라 많은 기대를 하셨을 텐데 훈련 기간 잘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훈련시간이 늘면서 주눅들었던 부분이 사라졌고, 긴장도 덜했다.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팀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Q : 박경수가 주전 유격수로 갈 경우 2루로 포지션을 변경할 수도 있다. 유격수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다른 포지션도 자신 있는가? 다른 포지션에서 뛴 경험은 없나?

A : 어릴때부터 줄곧 유격수와 투수만 해왔기 때문에 다른 포지션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격수 하나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다른 포지션 훈련도 병행해 일단 출전시간을 늘리는데 주력하겠다. 그래도 쭉 맡아 온 유격수를 계속해서 하고 싶다. 유격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자신도 있다. 다른 포지션 수비는 지난 청소년대회에서 팀에 유격수가 많아 1루수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Q : 고교시절 투수를 했던 것이 오히려 유격수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A : 팀 사정상 투수와 유격수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재미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격수에 전념했다면 더 좋은 유격수가 되어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투수를 병행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Q : 뛰어난 유격수가 되기 위해서는 스피드와 강한 어깨가 필수적인데. 어떤 편인가?

A : 어깨는 자신 있다. 유연하면서도 빠른 송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투수를 오래했기 때문에 스피드와 순발력은 떨어진다. 프로에서 가장 보완할 점이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더 나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Q : 경기고 에이스로 활약했다. 직구 스피드는 어느 정도까지 나왔나?

A. 2학년때 148까지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3학년 들어 평균 141-143으로 감소했다. 마음먹으면 더 빨리 던질 수 있지만 선발투수의 경우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140대 초반의 스피드로 공을 뿌렸다.

Q : 투수에 대한 미련은 없는가?

유격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투수에 대한 미련은 없다. 차명석 코치님이 농담 섞인 말로 해보자라고 하시는데 유격수에 대한 애착이 강해 계속 하고 싶다.

Q : 우투좌타인데 어떻게 왼쪽 타석에 들어서게 됐는가?

A : 원래 오른손 타자였다. 중학교 3학년때 신경식 감독님의 권유로 좌타석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스위치히터도 가능했지만 한쪽에 들어서는 게 집중할 수도 있고, 더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아 그 이후로는 좌타석에만 들어서고 있다.

Q : 신체조건이 아주 좋은데 어떻게 되는가? 야구말고 다른 운동은 하지 않았나?

A : 182cm, 83kg가 실제 체격조건이라고 보면 된다. 유격수를 보기에는 괜찮은 신체조건인 것 같다. 원래 어릴 때 축구선수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현재 충주성심학교 감독을 맡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 숙부(쌍방울 레이더스-박상수)의 영향으로 야구를 하게 됐다.

Q : 파워가 있는 5툴 플레이형의 유격수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타율과 출루율이 높으면서 도루를 많이 하는 테이블세터형 유격수가 되고 싶은지.

A : 발이 아주 빠른 편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팀에서 1-2번을 맡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단타보다는 멀리 치는 것을 좋아한다. 중장거리포가 가능한 유격수로 성장하고 싶다.

Q : 오지환에게 유격수란?

A : 내 야구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 LG의 주전 유격수를 꿈꾸고 있는 오지환 [사진 = mlbpark 퐈이야님]

※‘새로운 보금자리’ LG 트윈스

Q :. 주로 구리에서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프로에서 훈련을 해보니 아마추어때와 어떤 점이 다른가?

A : 훈련이 체계적이다. 트레이너가 작은 부분까지 챙겨준다. 힘든 것도 있지만, 프로선수이기 때문에 참고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Q : 어떤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가?

A : 앞에서도 언급했던 순발력 훈련과 타격폼 교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Q : 지금 LG에서 친하고 지내고 있는 선수는 누구인가?

A :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선배들이 어려운 편이다. 좋아하는 선배는 김광삼과 박경수. 두 분이 프로생활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박경수 선배는 “프로는 힘들고 냉정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선배들 눈치 볼 필요 없이 너를 발전시키고 강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우리는 경쟁자다. 나는 너를 꺾어야 하고, 너는 나를 이겨야 한다. 우리 둘 다 정말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해주신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Q : 평소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가?

A : 국내외 할 것 없이 남들처럼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가 없다. 때문에 닮고 싶은 선수도 없으며 그냥 오지환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다. 존경하는 선수가 있다면 서용빈 코치님이다. LG에 지명되기 전부터 서 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고, 훈련도 같이 해주셨다. 짧은 기간 많은 것을 배웠고, 코치님의 가르침 이후 타격성적이 급격하게 향상됐다. 같은 팀에서 코치님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다. 코치님이라 표현을 못할 뿐이지 정말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Q : 팬들과 함께 하는 ‘러브페스티벌’ 행사가 있었다. 고등학교때는 그런 경험이 없는데 이런 행사를 해보니까 어땠나?

A : 정말 재미있었다. LG라는 구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축제의 장’이라고 생각했다. 팬사인회라는 것도 처음 했는데 신기했다.

Q : 박경수가 행사에서 메가히트를 쳤는데 실제로 보니까 어땠나?

A : 박경수 선배는 야구할때는 진짜 열심히 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끼가 넘치고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 성격이 밝아 나 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좋아한다. 공연 보면서 엄청나게 웃었다. ‘박경수의 재발견’이 아니었나 싶다.

Q : 엘지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A : 오지환하면 한 가지로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찬스에 강한 타자, 몸을 아끼지 않는 선수, 슬라이딩을 잘 하는 선수 등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Q : 엘지팬들의 기대가 엄청난데 부담은 되지 않나?

A : 부담은 없다. 내가 하는 만큼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돌아오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열심히 하고 잘 하면 된다.

Q : 등번호는 받았나? 원한다면 몇 번?

A : 아직 못 받았다. 고등학교때는 10번을 달았다. 특별히 갖고 싶은 번호는 없다.

*오지환은 인터뷰 다음날 LG의 간판스타였던 이병규의 등번호 9번을 받았다.

Q : 계속해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엘지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 많이 아쉬웠다. 타격도 마운드도 부진했다. 중계를 봤는데 우리팀 마운드가 한 경기에 평균 5.5점을 주더라. 타자들이 매경기 6점 이상 득점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지는 경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기 때문에 내년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Q : 정성훈, 이진영 같은 외부 선수 영입과 오지환, 한희 같은 알짜배기 신인의 가세로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는데 LG는 내년에 몇 위 정도 할거라고 생각하나?

A : 내년 시즌엔 우리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한다. 당장 우승은 힘들더라도 4강은 노려볼만한 전력이라고 생각한다.

Q : LG가 낸 그룹광고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A : 처음엔 광고를 못 봤는데 전지훈련 중 정진호 코치님이 신문을 들고 오셔서 “구단이 우릴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너희는 야구만 잘하면 된다”라고 하셔서 보게 됐다. 선수들이 많은 감동을 받았다.

Q : 오지환에게 LG란?

A : 새로운 보금자리

※뛰어난 포텐셜, 하지만 아직은 햇병아리

Q :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장점과 보완해야 될 점은?

A : 장점은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음 먹는 편이며, 한계나 벽에 부딪혀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보완해야 될 점은 타격폼의 수정이다. 스윙 과정에서 힘을 모으려다보니 상체가 틀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몸쪽공에 약점이 있는 편이다.

*오지환은 스피드와 순발력에서 다른 유격수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스카우트들은 어깨, 승부근성, 야구센스, 파워, 손목힘, 수싸움, 신체조건 등 많은 부분에서 오지환을 높이 평가했다.

Q :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량 뿐만 아니라 멘탈이나 성격적은 부분도 중요하다. 본인은 어떤 성격이라고 생각하는가? 보기에는 과묵한 스타일 같은데…

A : 어릴때는 내성적이었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 외향적으로 많이 바뀐 것 같다. 동료들과 호흡하고 조직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성격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Q : 올해 고3에는 유난히 대형유격수가 많은데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 친하게 지내고 있는 선수는?

A : 상수와는 어릴때부터 친구였고, 부모님들도 가까운 사이다. 다른 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라이벌보다는 친구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Q :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 고등학교 2학년때 끝내기 안타를 두 번이나 맞았던 것이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정설을 처음으로 느꼈다. LG에 입단했을 때도 기쁜 순간이었다.

Q : 별명은 없나?

A : 별명은 없었다. 있다면 엉덩이가 커서 엉덩이 관련 별명이 좀 있다.

Q : 인터넷은 자주하는가?

A : 자주 하진 않지 않는다.

Q : 엠엘비파크는 알고 있는가?

A : 당연히 알고 있다. 어머니가 엠엘비파크에 올라 온 내 기사를 말씀해주시면서 알게 됐다. 아버지가 꼼꼼한 성격인데 엠엘비파크를 자주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 평소 쉴때는 어떤 일을 자주 하는가?

A : 영화를 주로 보는 편이고 잠도 많이 잔다.

Q : 부모님이 군산에 살고 있다. 군산 출신인가? 그렇다면 언제 군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는가?

A : 군산에서 초등학교를 보냈고, 서울에서 중학교 생활을 했다. 야구를 초등학교 6학년때 그만두고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갔는데 작은아버지가 다시 야구를 해보자고 하셔서 서울로 올라오게 됐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야구를 하고 싶은 생각도 간절했다.

Q : 두산 성영훈은 경우 원더걸스의 선미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더라.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나?

A : 관심 있다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다. 오지환은 인터뷰가 끝나자 곧바로 2살 많은 여자친구를 만나러 달려 나갔다.

Q : 오지환에게 야구란?

A : 나를 변하게 하는 힘. 성격 등 내 모든 것이 야구를 하면서 변했기 때문이다.

Q : 마지막으로 독종 LG팬들에게 한마디.

A : LG가 지난 몇 년 동안 1차지명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징크스를 내가 깨뜨리고 싶다. LG는 팬이 가장 많이 구단이고 LG팬들은 열정적이다. 그 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엠엘비파크 임동훈 기자 arod7@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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