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美 월스트리트] 금융위기 弗똥, 그라운드로 튄다

  • 입력 2008년 12월 1일 09시 11분


월스트리트 발(發) 금융위기의 유탄이 스포츠산업에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포츠산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곳이 월가(街)이기 때문에 그 여파를 비껴 나갈 수가 없다.

포브스 지는 스포츠산업에 미국 기업이 투자하는 돈은 연간 약 14조원인데 그 중 4분의 1이 금융업계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장 신축에 대한 투자, 경기장 이름 사기 등의 스폰서십 투자와 고급좌석 구입 등에 미국 금융업계가 투자하던 돈이 향후 몇년간은 적어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로리그 수입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스포츠산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인터뷰에서 전체수입에서 입장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MLB와 NHL이 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까지 6년간 11조원짜리 방송중계권 계약이라는 안전장치를 준비해둔데다 경기장 스폰서십 수입 비중이 낮은 NFL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편이다.

파장은 미국 스포츠산업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11월16일 미연방준비은행(FRB)으로부터 약 85조원을 보전 받은 AIG로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 광고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AIG측은 맨유와 맺은 2010시즌까지 약 800억원짜리 유니폼 광고를 포함해 NBA, MLB 구단과의 기존 계약은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나은 편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주가가 최고가 대비 37%나 빠진 상황에서 MLB나 개별 구단을 후원하는 일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민관합작이라는 양축으로 붐이 일던 경기장 신축 추세도 한쪽바퀴가 덜컹거리면서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됐다. ‘뉴욕 메츠처럼 운 좋게 경기장 이름 판매계약을 미리 했던 구단은 한숨 돌렸지만 간발의 차이로 수백억원짜리 계약을 날릴 상황에 처한 구단들은 건설비 갚는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또 월가의 여피족을 겨냥해 엄청나게 비싼 고급좌석을 늘려 대박을 꿈꾸던 뉴욕의 새 구장들도 개봉박두에서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비싼 티켓 살 사람들 대부분이 실업자가 됐기 때문이다.

돈 많은 팬이나 빅바이어 뿐만 아니라 보통 팬의 발걸음도 뜸해질게 뻔하니 발 빠른 구단 중에는 벌써부터 내년 시즌 티켓가격 인하를 검토하기 시작한 곳도 있다. 바야흐로 거품경제의 혜택을 누려왔던 미국 프로스포츠에 한파가 닥쳤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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