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LG, 4년전 ‘김재현 빚’ 갚았네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8시 24분


#1: 2004년 11월 21일 0시가 되자마자 SK 민경삼 운영본부장은 행동을 개시했다. FA 김재현과 원 소속구단 LG와의 우선협상 종료를 기다리며 아예 김재현의 청담동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민 본부장의 신일고 후배인 김재현은 “플로리다에서 귀국하자마자 집을 찾아온 그 정성에 감복했다”고 털어놨다. 그날 밤 일사천리로 4년 계약이 확정됐다.

#2: 2008년 11월 19일. FA 이진영은 우선 협상구단인 SK 민 본부장과 저녁 7시부터 최종 담판을 가졌다. SK는 계약금 10억, 연봉 5억, 옵션 1억 2500만원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협상은 2시간 만에 깨졌다. 결렬이 알려지자 LG는 기다렸다는 듯 준비에 착수했다. 11월 20일 0시를 넘기자 바로 협상 테이블이 열렸고, 연봉 3억 6000만원에 합의를 끌어냈다.

꼭 4년 만에 LG와 SK의 전세가 역전된 셈이다. 4년 전 LG가 김재현의 SK행을 짐작했듯이 이번엔 SK가 이진영의 LG행을 일찌감치 각오하고 있었다. 4년의 시차를 둔 두 FA 협상엔 민 본부장이 개입돼 있다. 4년 전 한 방 먹인 쪽이었다면 이번엔 그대로 당했다. 묘하게도 20일 0시에 임박해 민 본부장은 또 한 명의 FA 김재현의 잔류 계약은 성사시켰다. 계약금 2억, 연봉 5억원의 조건에 2010년 연봉 5억원도 사실상 보장했다.

김재현과 이진영 이적은 양 팀의 ‘프랜차이즈 타자 빼오기’란 공통분모를 지닌다. 실제 김재현을 영입한 SK는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의 비원을 풀었다. 이진영 영입으로 LG는 일거에 외야와 타선 보강을 이뤘다. 이적 직후 두 선수가 “이적은 돈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변한 점이나 “팬들의 양해”를 제일 먼저 구한 대목도 닮았다. 김재현은 당시 LG와의 각서파동 때문에 심사가 뒤틀려 있었다. 이진영은 김성근 감독의 플래툰 기용과 1루수 전환에 압박감을 느껴왔다.

‘플러스 알파 보장’이란 실리와 함께 자존심까지 챙긴 점에서 이진영의 LG행은 4년 전 김재현의 SK행과 겹친다. 이진영의 실질 수령액은 최소 이호준(4년 총액 34억원) 이상이란 게 정설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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