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쌍코피 투혼’…신세계 ‘10점차 승리’ 해결사

“링만 보고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라서….”

부천 신세계 정인교(49) 감독은 주포 김정은(21)을 이렇게 표현했다.

17일 부천실내체육관. 2008-2009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춘천 우리은행과의 경기 직전이었다. 부진에 빠졌던 10월 성적을 얘기하면서 “김정은이 당시 6연패의 주역”이라고 농담하던 참이었다. 함께 앉아있던 가드 김지윤(32)도 “정은이가 한 경기에 5점만 넣은 적도 있다”며 웃었다.

기술보다는 의욕이 앞선 탓이었다. 정 감독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인 것 같다. 신한은행의 전주원이나 정선민처럼 막혔을 때 스스로 풀어나가는 법을 아직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남자 선수 못지않은 파워로 상대를 무섭게 밀어붙이지만 시즌 초반 27점-5점-14점-8점으로 이어지던 기복이 못내 아쉬운 듯 했다.

그래도 정 감독은 끝까지 김정은을 믿는다고 했다. “최근 정은이의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우리 팀도 힘을 되찾고 있다”면서 “이 경기도 꼭 이겨야 한다. 잘 해줄 거라 믿는다”고 했다. 눈에 띄는 연승은 하지 못했지만 지는 경기에서도 대등하게 맞섰다는 자신감이었다.

정 감독의 자신감은 맞아떨어졌다. 김정은은 이날 완벽한 ‘해결사’이자 ‘주포’였다. 1쿼터부터 양 팀 통틀어 최다인 7점을 집어넣더니 16-13으로 앞선 2쿼터 시작과 동시에 파워있는 블록슛으로 상대의 기를 꺾었다.

상대 수비수의 팔꿈치에 맞아 코피까지 흘렸지만 휴지로 지혈만 한 채 힘차게 코트를 누볐다.

2쿼터 종료 직전에는 깨끗한 3점슛으로 점수차를 31-24까지 벌렸다. 최하위로 처져있는 우리은행도 절박한 심정으로 맞섰다. 3쿼터 시작과 동시에 총공세를 펼치며 31-30까지 쫓았다. 하지만 또다시 김정은이 나타났다.

33-30으로 앞선 4분께 연속 4득점을 꽂아넣으며 또다시 7점 차. 그리고 49-40으로 앞선 4쿼터 5분께. 김정은의 쐐기 중거리슛이 터졌다. 게다가 상대 파울까지 얻어내 1점 추가. 주전 포인트가드 김지윤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맹활약은 그야말로 천금같았다.

신세계는 여유있는 58-48 승리로 단독 4위(5승9패)가 됐다. 반면 우리은행은 5연패 늪에 빠졌다.

부천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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