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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4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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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 수비리드
“(강)민수야, 네가 더 빠져줘야 오프사이드를 만들지.”
“(조)용형아, 앞으로 더 나가서 막아줘.”
1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시내 아스파이어 돔 인근 보조구장. 대표팀이 두 팀으로 나뉘어 전술 훈련을 하던 중 조끼를 입은 팀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이운재의 목소리가 경기장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상대 공격수와 공을 번갈아보며 막아야하는 어려움이 있는 수비수와 달리 골키퍼는 경기장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기에 수비 리드의 역할을 맡는 것이 일반적인 일. 이전 대표팀에서도 정성룡(23·성남)과 김영광(25·울산) 등이 필드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은 볼 수 있었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지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날 왼쪽 풀백을 본 김치우는 “그 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이)운재 형은 워낙 경험이 많아 한 마디 한 마디가 그 때 그 때 상황과 너무나 잘 들어맞아 경기 중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배의 솔선수범
허정무 감독은 이운재의 가세가 선수들 간 치열한 주전 경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믿고 있다. 허 감독은 “이운재가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주전 골키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일부에서 말하는 이운재의 주전 굳히기를 경계하면서도 “대선배지만 정당한 경쟁으로 주전 장갑을 끼겠다는 모습이 골키퍼를 제외한 나머지 후배들에게도 자극이 될 수 있다. 이운재가 들어온 후 팀 전체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고 평했다.
실제, 이운재는 13일 오전 아침식사를 마친 뒤 후배들이 모두 휴식을 취하는 사이 홀로 호텔 내 트레이닝센터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등 사우디전 승리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운재는 “오랜만에 해외에서 훈련을 하니 힘들다”고 웃음을 보인 뒤 “후배들과 함께 최대한 즐겁게 훈련에 임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른 건 없다. 온통 팀이 잘 돼야 된다는 생각뿐이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도하(카타르)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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