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을 말한다] 이동훈 통역이 본 무뚝뚝 카리스마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9시 09분


김성근 감독님하고는 2005년 지바 롯데에서 쭉 같이 있었죠. 감독님은 2006년까지 계셨는데 이승엽이 요미우리 가면서 통역인 저는 나오게 됐죠.

첫 만남이라, 2004시즌 끝나고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 ‘새 시즌 맞아 한국 코치 영입을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저랑 이승엽과 ‘김 감독이 와 줬으면 좋겠다’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만 해도 희망사항이었죠. 그런데 어떤 과정을 거친지 모르지만 정말 오셨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보비가 감독님을 아셨더라고요. 2004년에 강연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감독님과 야구 이야기를 나누며 호감을 느꼈던 거죠. 2월 처음 오셨는데 승엽 만을 위한 코치였고 구단의 배려였죠.

처음엔 선수나 코치들은 ‘김성근이 누구냐’고 하죠. 혼자 오셨으니 친한 사람이 있을 리 없구요. 이승엽과 저인데 (제자와 사담을 안 나누는 김 감독이기에) 말동무는 저뿐이었어요. 그런데 이 분이 참 주도면밀하세요. 선수 전부를 관찰해요. 그리고 봐뒀다가 따로 불러 ‘네 글러브질에 따라 쿠세(습관이나 버릇)가 노출된다’, 이런 식으로 알려주는 거예요. (이런 게 쌓이니) 롯데 구단이 평가하게 되고. 어느 시점이 되니까 선수들이 먼저 와서 감독님한테 물어보더라고요. 보비도 중요한 타이밍에선 감독님에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어요.

당시 감독님은 지바구장 근처 구단 맨션에 계셨는데 제가 차로 모셔다 드리기도 했는데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운동 하고 야구 서적 사러 다니고 그랬어요. 이 분은 선수들이 뭐하는지 다 아세요. 원정 가면 ‘너 어제 왜 새벽에 들어왔냐’고 해서 깜짝 놀란 적도 있어요.

이승엽은 2005년 스타트가 2군이었어요. 이때 경기 끝나면 밤 10신데 1시간30분 따로 특타했죠. 서로 아무 소리 안 해요. 원정 가면 짐 풀자마자 방망이 들고 옥상 올라가요. 또 서로 아무 말 안 하고, 저는 티배팅 볼 올리고. 말도 마세요. 며느리와 시어머니, 딱 그 사이에 낀 기분이었죠.(웃음) 그해 롯데가 일본시리즈 우승을 했어요. 이승엽도 활약했고. 감독님은 표현하시는 분이 아니니까 껴안고 ‘고생했다’ 한마디가 다였어요. 지금은 한국 선수의 일본 진출을 돕고 있는데 자주 안부전화 드려요. 좋은 선수나 글이 있으면 보내 드리기도 하고요. 아시아시리즈에서 감독님 도쿄 오시면 인사드려야죠.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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