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퀸,세계 홀리다…김연아, 피겨 그랑프리 1차 우승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김연아가 시즌 개막전 격인 피겨 그랑프리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 상체를 뒤로 젖힌 상태로 스파이럴(한쪽 다리를 들고 활주하는 기술)을 우아하게 구사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유연성을 더 키웠다는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지난 시즌보다 더욱 안정되고 성숙한 연기를 펼친 것으로 평가받았다. 에버럿=AFP 연합뉴스
김연아가 시즌 개막전 격인 피겨 그랑프리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 상체를 뒤로 젖힌 상태로 스파이럴(한쪽 다리를 들고 활주하는 기술)을 우아하게 구사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유연성을 더 키웠다는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지난 시즌보다 더욱 안정되고 성숙한 연기를 펼친 것으로 평가받았다. 에버럿=AFP 연합뉴스
2008∼2009시즌 시작을 알리는 피겨 그랑프리 1차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이 열린 27일 미국 워싱턴 주 에버럿 컴캐스트 아레나. 출전 선수 10명이 연기를 마친 뒤 관중의 시선은 마지막 남은 김연아(18·군포 수리고)에게 모아졌다.

이에 앞서 일본과 미국 선수들이 각축을 벌였지만 김연아에 대한 관심은 우승 여부가 아니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9.50점으로 2위 일본의 안도 미키(57.80점)를 무려 11.70점 차로 따돌린 상황이라 기권만 하지 않으면 우승이 확실시됐다. 따라서 관중의 관심은 쇼트프로그램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김연아가 이번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하는 것에 쏠렸다.

의상부터 시선을 끌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선 짙은 색의 세련된 의상으로 현지 언론으로부터 “제대로 된 피겨복”이라는 칭찬을 받았던 김연아는 이날 ‘천일야화’를 소재로 한 발레곡 ‘세헤라자데’에 맞춰 붉은색에 금박 장식을 단 매력적인 의상을 선보였다.

연기 또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완벽한 점프, 안정된 스파이럴, 한층 풍부해진 표현력으로 123.95점을 얻어 총점 193.45점을 받았다. 2위 나가노 유카리(172.53점·일본)와는 20.92점 차가 났다.

‘김연아를 위한 대회’였다.

당초 이번 대회 출전자들은 쟁쟁한 것으로 평가됐다. 김연아를 지도하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올 시즌 여섯 번의 그랑프리 대회 중 이 대회를 가장 경쟁이 심한 대회로 꼽았다. 김연아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만 없을 뿐 피겨 강국인 미국과 일본의 스타가 총출동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미국 선수들은 홈 이점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안도와 2008 세계선수권 4위를 차지한 나가노에게 밀렸다.

하지만 김연아의 연기는 이들을 아마추어로 보이게 할 만큼 차원이 달랐다. 아직 대회에 나서지 않은 아사다를 제외하면 사실상 경쟁자를 찾기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AP통신은 “김연아의 연기는 힘이 넘쳤고 품위가 있었다”고 평가하며 벌써부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이지희 국제심판은 “김연아의 연기가 상당히 안정됐다. 나름대로 연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강점은 신체 조건이 좋고 정확한 기술을 구사하는 데다 표현력이 우수하다는 것. 오서 코치의 표현대로라면 위대한 피겨 선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셈이다.

성인 무대 3년 차인 김연아는 기술과 표현력, 자신감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어 부상만 조심한다면 내년, 내후년이 더욱 기대된다.

김연아는 28일 캐나다 토론토로 돌아가 다음 달 6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를 준비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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