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없는 PO선발…“제발 5이닝만”

  • 입력 2008년 10월 18일 08시 28분


2차전 에니스·랜들 3·4이닝 후 강판…PS 10명 중 ‘5이닝 이상’ 배영수 유일

‘선발투수의 존재감’이 상실된 포스트시즌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나선 삼성 존 에니스는 단 3이닝(3실점)을 던진 뒤 강판됐다. 두산 맷 랜들 역시 4이닝(1실점) 밖에 못 던졌다.

선발투수의 ‘기본 이닝’인 5이닝을 나란히 채우지 못했다. 롯데-삼성간 준플레이오프 3게임, 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 1·2차전 등 이번 가을잔치 5게임에 나선 세 팀, 10명의 선발 투수 중 5회 이상을 던진 투수는 삼성 배영수(준PO 1차전·5이닝), 단 한명 뿐이다.

두산과 삼성은 양 팀 모두 순수 선발로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가 없다. 삼성은 배영수, 에니스, 윤성환 등 3명, 두산은 김선우, 맷 랜들 등 2명이 ‘포스트시즌 선발 투수’란 명확한 보직을 갖고 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이 “3차전 선발은 2차전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1차전 선발로 나섰던 김선우를 다시 내세울 수도 있다”고 할 정도로 두산은 선발 투수난을 겪고 있다.

그러나 양 팀 모두 공통적으로 불펜 자원은 풍부하다. 두산은 구원으로만 11승을 챙긴 이재우를 비롯, 임태훈 정재훈 이용찬 김상현 등 다양한 불펜투수를 갖고 있다. 삼성 역시 구원으로 8승(시즌 10승)을 거둔 정현욱을 선두로 안지만 권혁 오승환 등 ‘필승 구원진’을 갖고 있다.

양 팀 불펜의 힘은 선발 투수가 약해 상대적으로 더 빛을 내고 있는 게 사실. ‘불안한 선발+막강한 불펜’으로 투수진이 구성되면서 양 팀 사령탑 역시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고 있다. 단기전이란 특성이 가미되면서 선발 투수는 ‘그냥 먼저 나가는 투수’란 생각을 하고 있고, 그게 현실이다.

이유는 김광현(SK), 류현진(한화) 등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완투형 에이스’가 없기 때문이다. “SK에 김광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라는 삼성 선동열 감독의 말은 삼성이나 두산이 처한 현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선발투수가 채 5회도 버티지 못하면서 불펜 피로도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선착,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는 SK로선 절로 웃음이 날 일이다.

잠실|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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