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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1일 0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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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라, 이대호.’
거인이 침묵하고 있다. 8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너무 쉽게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다. 롯데가 자랑하던 클린업트리오의 부진은 예상치 못한 암초. 그 중에서도 4번 이대호(사진)의 성적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이대호는 준PO 두 경기에서 ‘체면치레’를 하는 데 그쳤다. 8일 1차전에서는 좌측 담장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날린 후 2루까지 달리다 비명횡사했다. 4타수 1안타. 9일 2차전에서도 3회말 1사 후 동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긴 했지만 추가점이 꼭 필요했던 경기 후반에 침묵을 지켰다.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롯데가 이대호에게 기대했던 성적은 분명 아니다.
3번 조성환과 5번 가르시아가 연쇄 부진하면서 이대호의 침묵은 더욱 두드러졌다. 롯데 김무관 타격코치는 “이대호가 부진하면 앞뒤 타자에게도 연쇄 부담이 생긴다. 우리 타선이 한꺼번에 살아나거나 동반 부진하는 원인 중 하나”라면서 “이대호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대호가 살아나야 롯데 타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 로이스터 감독이 늘 4번 이대호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공교롭게도 3차전이 열리는 대구구장은 이대호가 평균 이하의 성적을 냈던 장소다. 타율 0.231에 4타점을 올린 게 전부. 하지만 롯데의 부진을 풀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이대호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대호는 잘 해내고 있다. 3차전에도 변함없이 베스트 라인업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이대호를 비롯한 중심타선의 저력을 믿어보겠다는 뜻이다. 생애 첫 가을잔치를 경험한 이대호가 롯데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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