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것은 없다
박지성은 주장을 맡은 후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전혀 달라진 것은 없다. 완장을 차든 그렇지 않든 나는 11명의 플레이어 중 하나일 뿐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완장이 주는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첫 미팅 때 선수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묻자 “물론 이야기를 했지만 그건 이야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을 정도.
정성훈(29·부산)에 따르면 박지성은 “승점 3점이 반드시 필요한 경기다. 이를 위해 다 같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잘해보자”고 동료들을 독려했다. 대표팀이 최종 목표로 하고 있는 월드컵이 얼마나 큰 무대인지에 대해 경험담을 곁들인 자세한 설명도 있었다는 후문.
이날 훈련 중 진행된 미니게임에서 박지성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연이어 골을 터뜨리며 ‘태도’ 뿐 아니라 ‘실력’으로도 자신이 주장 자격이 있음을 입증했다.
○조용한 리더십 기대
박지성은 프로 데뷔 후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 단 한 번도 정식으로 주장을 맡아본 적이 없다. 2005년 릴(프랑스)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전에서 후반 37분 라이언 긱스와 교체돼 들어가며 주장 완장을 찬 적이 있지만 리오 퍼디난드에게 전해주라는 말을 미처 듣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많지 않은 나이도 그렇지만 앞장서 리드하기보다 뒤에서 묵묵하게 따르는 박지성의 성격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의 ‘조용한 리더십’이 최근 잇따른 부진으로 비판 여론에 시달리며 크게 부담을 가지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 감독은 “팀 고참들이 미팅 때 박지성을 추천했다”며 “중진급 선수로서 중심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란다. 자신이 뛰는 프리미어리그와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잘 맞춰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 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
사진 =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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