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아껴둔 휴가를 모아 마무리훈련에 합류한 조성환은 외국인 감독이 새로 부임한다는 소식에 반색했다. ‘백지 상태에서 편견 없이 날 봐주겠지’ 하는 기대. 하지만 4년 가까이 경기에 뛰지 못한 그에게는 청백전 위주로 진행된 훈련이 버겁기만 했다. 1차 목표였던 ‘전지훈련 참가’마저 멀게만 보였다. 비슷한 처지의 후배 몇몇과 함께 “과연 우리가 일본에 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 때. 캠프를 방문한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들과 1 대 1로 만나고 싶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마주선 조성환에게 감독은 평생 잊지 못할 첫 마디를 꺼냈다. “전지훈련에 가서 내가 너에게 ‘포커스’를 맞추겠다.”
힘이 불끈 솟았다. 그렇게 비행기를 함께 탔다. 그래도 훈련 초반에는 몸이 마음을 따라잡지 못했다. 신인 시절 고참이었던 공필성 코치는 “성환아, 올해는 큰 욕심 내지 말고 반만 뛴다 생각하자”고 위로했다. 조성환도 동의했다. 그런데 감독과의 미팅에 참여했던 한 코치가 로이스터 감독의 말을 전해줬다. “저 선수가 공백 때문에 제 실력을 못 찾고 있다면, 그걸 기다려주는 것도 우리 몫이다.”
자신을 알아봐주는 감독을 만난다는 건 선수에게 큰 행운이다. 포기를 생각할 때마다 들려온 한 마디들. 조성환은 “덕분에 내 스타일대로 마음껏 덤빌 수 있었다”고 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올 시즌 가장 많이 성장한 선수’로 단연 조성환을 꼽았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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