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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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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코치도 15일이상 훈련해야 月 330만원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역대 최다인 1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종합 7위에 오른 대한민국. 하지만 한국 엘리트 스포츠를 떠받치고 있는 저변은 열악하기만 하다.
한국엘리트스포츠지도자연합회에 따르면 초중고교 현장에서 엘리트 선수를 발굴해 키우고 있는 지도자들의 경우 월평균 임금이 130만 원. 이는 시도교육청의 지원으로 육상 등 비인기 종목 육성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전담코치제도에 따른 것으로 시도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거의 비슷하다. 최근 발표된 전국 취업자 평균 임금(191만3000원)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전담코치에 대한 처우를 세 등급으로 나눈다. A급 월 156만 원, B급 120만 원, C급 96만 원. 전국소년체전과 전국체전 성적에 따라 지급한다. 전국체전 메달 포상금 등 약간의 수당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임금이 소득의 전부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8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4771명의 엘리트 선수 지도자가 있다. 이 중 3115명이 전담코치고 1656명이 학교 자체로 고용한 일반코치다. 일반코치는 주로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에 몰려 있는데 선수들로부터 돈을 걷어 임금을 충당한다. 월평균 임금이 150만∼200만 원이다. 일반코치는 상급학교 입시나 프로 진출을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과다한 비용을 청구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현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도자들이 성적에 얽매여 선수들을 체벌하고 금전적인 비리가 발생하는 악순환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대표팀을 훈련시키는 지도자들도 업무 전문성과 노력에 비해 보상이 형편없다는 평가다. 대표팀 지도자는 직장이 있을 경우 월 330만 원, 직장이 없을 경우 월 380만 원을 받는다. 그런데 대표팀이 소집돼 월 15일 이상 훈련할 때만 제대로 지급된다.
이런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해 전북도교육청 산하 체육전문지도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했다. 최근엔 민주당 강성종 의원이 국가 및 지자체 체육지도자 처우 개선 및 복지 향상에 대한 법률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25일 국회에서 열린다.
최근 한국 스포츠계에선 엘리트 스포츠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학교체육과 사회체육을 활성화하는 시스템 확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세계 7위로 만든 기존 엘리트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스포츠 지도자들의 처우 개선에 관심을 보인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