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자의 퀵 어시스트]“어찌 잊으리 아테네 치욕”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펄펄 나는 美농구 드림팀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 남자농구 드림팀과 푸에르토리코의 예선 첫 경기를 보러 간 일이 있다.

팀 덩컨, 앨런 아이버슨 등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기대한 1만1560명의 관중으로 체육관은 일찌감치 가득 찼다.

하지만 희희낙락하며 몸을 풀던 미국 선수들의 표정은 경기가 흐를수록 굳어지더니 73-92로 대패했다. 30년 넘게 농구를 취재한 AP통신 기자는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농구의 위상이 코트 바닥에 떨어진 날”이라며 씁쓸해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미국의 드웨인 웨이드는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취재진과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올림픽에서 109승을 올리는 동안 2패만을 당하며 3회 연속 금메달을 땄던 미국은 아테네에서 졸전을 거듭하다 동메달의 수모를 안았다.

그로부터 4년이 흘러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달라진 면모로 자존심 회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18일에는 독일을 106-57로 대파하며 예선을 5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8관왕을 장식하고 떠난 뒤 남은 올림픽 기간에 남자농구를 최대 볼거리로 지목하고 있다.

4년 전 올림픽에서 준비 소홀과 NBA와는 다른 국제 룰에 대한 적응 실패, 허술한 조직력 등이 지적된 미국은 이번에는 속공 위주의 빠른 플레이와 강력한 수비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아테네 때 예선전에서 평균 88.1점이던 공격력이 베이징에서는 103점으로 올랐고 실점은 오히려 83.5점에서 70점으로 줄었다. 매 경기 30점 가까운 점수 차로 이긴 셈. “금메달 없이는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할 만큼 미국 선수들의 정신력도 강하기만 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미국에 우승을 안겼던 마이클 조든의 은퇴 후 NBA의 인기가 하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올림픽 성적은 흥행이 수입으로 직결되는 프로선수에게 절박한 과제다. 호주와의 8강전을 시작으로 정상을 향한 거센 도전을 받게 될 미국 남자농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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