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창]생수-고추장 속까지… 검문검색 좀 심하네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한번 마셔 보시죠.”

1일 아침 취재를 위해 미디어 빌리지(기자촌)를 나오는 길. 출입구에 있는 보안요원이 기자가 들고 나가던 생수병을 가리키며 마셔 보란 시늉을 한다. 얼떨결에 한 모금 들이켜자 ‘이제 됐다’는 듯 빙그레 웃는다.

각국 기자들이 묶는 숙소인 미디어 빌리지의 출구는 공항 검색을 뺨친다. 검색대 통과와 가방 속 검사는 예사다. 우산도 활짝 펴서 ‘속살’을 보여줘야 한다.

생수병은 폭발물로 의심된다. 하지만 푹푹 찌는 더위에 갖고 나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아예 마셔 봐서 증명하라는 것이다. 덩달아 가방 속에 있던 휴대용 볶음고추장도 손가락으로 푹 찍어 맛을 보고서야 ‘반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출구 검문이 엄격한 것은 미디어 빌리지 앞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면 메인프레스센터(MPC) 등 주요 시설에 별도 검문 없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철저한 검문검색은 기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등 대회 관계자도 받아야 한다.

테러에 대한 긴장감이 베이징을 무겁게 누르고 있다. 올림픽 개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뿐만 아니라 선수단의 입국과 입촌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관문인 서우두 공항에는 폭발물 탐지견이 활보하고 자동화기를 든 중국 공안이 순찰을 하고 있다. 경기장과 MPC 등 올림픽 주요 시설 주변에는 이중, 삼중의 철망이 처져 있다. 이곳들은 검문소를 여러 번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요새 같다.

시위 가능성이 높은 톈안먼 광장으로 가는 지하도에서 검문검색이 펼쳐지는 등 경비가 강화되고 있다. 경비 관계자는 “추가로 경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어제 비가 내린 데 이어 베이징의 하늘은 이날 흐렸다. 지구촌 최대 축제라는 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베이징은 최근 날씨처럼 흐리고 어두운 듯하다.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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