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자기 낮잠자던 권혁 “베이징행 꿈이야 생시야”

  • 입력 2008년 7월 16일 08시 25분


“너하고 나하고 둘 다 뽑혔다.”

“거짓말 마라. 내가 어떻게 뽑히노.”

“거짓말인지 아닌지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면 될 거 아이가.”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14일 오후. 우리 장원삼(25)과 삼성 권혁(25)이 나눈 통화 내용이다. 장원삼은 마산상고(현 용마고)-경성대, 권혁은 포철공고 출신으로 인연이 없었지만 베이징올림픽 1, 2차예선에 뽑히면서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

권혁은 자신이 대표팀에 발탁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물론 30경기에 중간계투로 등판해 3승무패 방어율 1.29로 나름대로 성적은 올리고 있지만 최근 부진한 모습도 보였고, 구속도 과거와 같지 않아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다. 게다가 비공식 경로를 통해 “혁이는 안뽑힌다더라”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자포자기 상태가 됐던 터였다. 그래서 휴식일인 14일 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되건 말건 대구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반면 장원삼은 “인터넷으로 계속 새로고침 키를 누르면서 명단발표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자신과 권혁의 이름이 포함된 사실을 알고는 가장 먼저 권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권혁은 긴가민가한 기분으로 컴퓨터를 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뒤 뛸 듯이 기뻐하며 장원삼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삼아, 우리 죽기살기로 던지자”면서.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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