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 두 남자에겐 ‘한방’이 있다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6분


타이거 우즈가 US오픈 4라운드 최종 18번홀에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가는 버디 퍼팅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우즈는 로코 미디에이트와 극적으로 동타를 이루며 18개 홀 연장전에서 우승을 다투게 됐다. 샌디에이고=EPA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US오픈 4라운드 최종 18번홀에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가는 버디 퍼팅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우즈는 로코 미디에이트와 극적으로 동타를 이루며 18개 홀 연장전에서 우승을 다투게 됐다. 샌디에이고=EPA 연합뉴스
LA 레이커스를 벼랑 끝에서 탈출시킨 코비 브라이언트가 4쿼터 후반 승리를 확신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우리도 2승만 더하면 챔피언이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LA 레이커스를 벼랑 끝에서 탈출시킨 코비 브라이언트가 4쿼터 후반 승리를 확신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우리도 2승만 더하면 챔피언이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한번 물면 끝을 본다… Tiger Woods▼

그에게는 확실히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는 순간에 기적처럼 부활했다.

타이거 우즈(33·미국)는 1타 차 2위였던 18번홀(파5·527야드)에서 버디가 필요했지만 드라이버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9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드샷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져 화가 난 나머지 클럽을 내동댕이쳤다. 101야드를 남기고 60도 웨지로 한 세 번째 샷은 핀 오른쪽 3.7m 지점에 떨어졌다. 까다로운 내리막 훅 라인. 거듭된 위기 속에서 마지막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퍼터를 떠난 공은 홀 오른쪽으로 돌더니 빨려들어 가듯 ‘뚝’ 하고 떨어졌고 그린 주변에 운집한 2만여 명의 갤러리는 흥분했다.

4월 15일 수술 받은 무릎의 통증에 시달리며 다리를 절던 우즈였지만 마치 다 나은 듯 연방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근처의 토리파인스GC 남코스(파71)에서 열린 제108회 US오픈골프대회 4라운드.

1번홀 더블보기와 2번홀 보기로 힘겹게 출발한 우즈는 2타를 잃었지만 결정적인 버디에 힘입어 합계 1언더파 283타로 로코 미디에이트(46·미국)와 동타를 이뤄 17일 새벽 18개 홀 연장 승부로 최후의 승자를 가리게 됐다.

이로써 우즈는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들어간 1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던 ‘역전 불허’의 신화를 이어갈 기회를 되살렸다.

먼저 경기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에서 우즈의 경기를 보던 미디에이트는 “우즈가 넣을 줄 알았다. 괴물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저 13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64승에 빛나는 세계 1위 우즈와 아직 메이저 우승 없이 통산 5승에 불과한 세계 158위 미디에이트의 맞대결은 경력만 따지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할 듯하다. 하지만 수술 후 첫 대회에서 5일간 90홀을 돌아야 되는 우즈는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막판까지 우승을 다투던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18번홀에서 6m 버디퍼트에 실패하며 1타 차의 3위에 머물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위기에서 더 빛난다… Kobe Bryant▼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챔피언 결정전(7전 4선승제) 5차전.

경기 종료 50초를 남겨 놓고 97-95로 앞서고 있던 LA 레이커스 데릭 피셔가 3점 슛을 던졌다. 림을 외면한 공은 보스턴 폴 피어스의 손으로 들어갔다. 4차전에서 24점 차를 뒤집고 승리를 챙긴 보스턴으로서는 19점 차까지 뒤졌던 5차전에서도 절호의 역전 기회를 맞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피어스는 상대 진영으로 드리블하면서 옆에 있던 LA 레이커스 코비 브라이언트를 보지 못했다. 브라이언트는 피어스의 왼쪽 옆구리로 왼손을 슬쩍 밀어 넣었고 주인을 잃은 공은 팀 동료 라마 오돔에게 굴러갔다. 오돔은 보스턴 진영에 남아 있던 브라이언트에게 패스했고 브라이언트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덩크슛을 꽂았다. 37초가 남았고 LA 레이커스는 동점을 허용하는 대신 99-95로 앞섰다.

1승 3패로 몰렸던 LA 레이커스가 보스턴을 103-98로 꺾고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브라이언트는 1쿼터에만 15점을 넣는 등 25점을 넣었다. 2, 3쿼터 보스턴의 수비에 막혀 3점에 그치는 등 득점으로만 보면 38점을 몰아넣은 피어스에게 뒤졌지만 양 팀 최다인 5개의 가로채기가 돋보였다. LA 레이커스는 오돔 20득점(11리바운드), 파우 가솔 19득점(13리바운드), 피셔 15득점 등 주전들이 고르게 활약했다.

챔피언 결정전 전적을 2승 3패로 만들며 한숨 돌렸지만 LA 레이커스의 앞날은 밝지 않다. 역대 챔프전에서 1승 3패로 뒤지다 역전한 팀이 없는 데다 6, 7차전은 보스턴의 홈에서 열린다. 보스턴은 LA 레이커스와의 1, 2차전을 포함해 올 플레이오프 홈경기에서 12승 1패를 기록했다.

피어스는 “브라이언트의 가로채기는 파울이 아니라 내 실수였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여전히 보스턴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브라이언트는 “오돔을 비롯한 동료들이 모두 뛰어난 수비를 했다. 내가 40∼50점씩 넣는 것보다는 우리 팀 모두가 함께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6차전은 18일 열린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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