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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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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상을 받은 전창진 동부 감독은 수상 소감을 말하러 단상에 올라가 전국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유동혁 대리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해 주위를 의아하게 했다. 외국인 선수 업무를 맡고 있는 동부의 한 프런트 직원 이름을 유일하게 거명해서였다. 행사를 마친 뒤 전 감독은 코칭스태프에게 한턱을 내는 자리에 유 대리를 초청해 술잔을 권했다.
유 대리는 통역으로 전 감독과 인연을 맺은 뒤 그동안 전력의 핵심이라는 용병 선발과 관리를 하느라 고생이 많았기에 고마움을 표시한 것. 유 대리의 아내는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삭의 몸이지만 시즌이 한창인 농구단의 업무에 매여 있기에 남편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 전 감독은 그런 유 대리를 위로해 줬다.
전 감독은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2연승 후 3차전에서의 첫 패배로 충격에 빠져 몇 끼니를 거르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 15층 숙소에서 두문불출했다. 그러더니 우승 향방의 분수령으로 꼽힌 4차전 전날 밤 갑자기 심야 포장마차 미팅을 주선해 역시 사기가 떨어져 있던 코칭스태프와 어울려 침울한 분위기를 다시 살렸다. 이 자리에는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조절을 맡고 있는 박순진 코치도 포함됐다. 박 코치는 원래 트레이너로 불렸으나 전 감독이 그 역할이 중요하다며 코치 대우를 해줄 것을 구단 측에 요청한 뒤 자신의 연봉은 동결해도 좋으니 박 코치만큼은 인상해 달라고 부탁할 만큼 신경을 썼다.
이처럼 전 감독은 선수뿐 아니라 농구단과 관련된 조직원이라면 식당 아주머니든, 버스 운전사든 누구에게나 섬세한 마음 씀씀이로 정성을 다했다.
그 덕분에 동부는 최강의 전력은 아니라던 이번 시즌 선두를 질주한 끝에 팀 창단 후 처음으로 통합챔피언에 올랐다.
전 감독은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아 성적이 좋다는 의미의 ‘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복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라 ‘감동의 리더십’을 앞세운 철저한 노력의 결과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