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2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체육회 긴급 이사회에서 “체육회 88년 역사상 정부가 사무총장 인선을 거부한 사례는 없었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너 나가라’라는 소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차하게 살아남느니 당당하게 죽는 길을 택하겠다. 이사분들이 양해해 주신다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싶다”며 “빠른 시일 안에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사회 직후 아시아유도선수권대회 준비차 제주에 가 있는 김정행(용인대 총장)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그만두면 잔여 임기 동안 회장대행을 맡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최종학 체육국장은 “사퇴하는 회장이 대행을 지명하는 것은 절차에 어긋난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스포츠 외교와 국제 업무를 총괄했던 KOC 김상우 총무도 “임명권자가 사의를 밝혔기 때문에 동반 사퇴한다”며 이사회 직후 사표를 냈다.
2005년 2월 제35대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된 김 회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가 10개월여 남아 있다. 김 회장은 3월 5일 체육회 이사회에서 선출한 구안숙 사무총장 내정자의 승인을 문화부가 거부하자 강력하게 반발하며 갈등을 겪어왔다. 구 내정자는 24일 스스로 물러났다.
김 회장이 이사들의 만류에도 사퇴를 강행한다면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100일 남짓 남겨두고 체육회장도, 사무총장도, 총무도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문화부는 “구안숙 총장의 승인 건을 체육회장 거취 문제로 받아들여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체육회가 회장의 진퇴 문제를 하루 빨리 매듭짓고 올림픽 준비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