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커로 나선 선수는 시몬(27). 시몬이 왼발로 공을 강하게 감아찬 순간 촌부리 수비수들이 펄쩍 뛰어올랐지만, 볼은 수비벽을 넘어 골문 오른쪽 그물로 빨려들어갔다. 관중들이 함성을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박항서 전남 감독은 두 손을 꽉 쥔 채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올 시즌 7경기 만에 얻은 첫 승. 전남은 K리그에서 1무3패, 챔피언스리그에서 2패를 기록 중이었다.
전남이 9일 오후 7시 광양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촌부리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44분 터진 시몬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전남은 이날 승리로 G조에서 1승2패(승점 3)를 기록, 8강 진출의 마지막 불씨를 살렸다.
이날 결승골은 시몬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시몬은 올 시즌 전남이 넣은 5골 중 2골을 넣으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산드로와 슈바 등 외국인 공격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사실상 공격진을 혼자 이끌어왔다.
하지만 박 감독은 이날 시몬을 과감하게 선발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시몬의 체력을 배려한 부분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불성실한 수비였다.
박항서 감독은 “공격수가 볼을 뺏을 수는 없어도 최소한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가 패스를 쉽게 할 수 없도록 압박을 해줘야하는데 그런 면이 없다. 여러 번 이야기를 해도 듣지를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국내파 공격수들이 90분 내내 여러 차례 찬스를 잡았음에도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득점을 올리지 못하자 박 감독은 후반 18분 결국 시몬을 투입했다.
시몬은 박 감독에게 시위라도 하듯 후반 내내 상대를 압박하며 찬스를 엮어냈고 결국 종료직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진가를 알렸다.
박 감독은 “처음에 골인 줄도 몰랐는데 관중과 스태프들의 환호성을 듣고서야 골인 줄 알았다. 시몬이 평소 프리킥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그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 남은 경기에서도 승리해 당초 목표였던 챔피언스리그 8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전남과 같은 조의 감바 오사카는 멜버른 빅토리와의 원정 경기에서 4-3 승리를 거두고 2승1무(승점 7)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G조에서는 감바 오사카에 이어 촌부리가 2위(1승1무1패, 승점 4), 멜버른과 전남이 나란히 1승2패로 3,4위를 기록했다.
E조의 포항은 창춘 야타이와의 E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1승2패(승점 3)로 8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광양=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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