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리포트] 야구 열기 없는 야구의 나라 대만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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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야구 아시아예선이자 제 24회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대만 타이중에는 아직까지 야구 열기가 없었다.

야구가 국기와 다름없는 대만이지만 이번 올림픽 아시아예선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높지 않았다. 타이베이 국제 공항의 입국장을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이번 대회 대형 광고 외에는 어디에서도 대만인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가 공항을 빠져나와 만난 한 대만의 핸드폰회사 직원은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무슨 대회가 열리느냐"며 되물었고 타이중까지 가는 버스에서 만난 한 여성 승객도 "나는 야구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만인들이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를 들어보고자 했던 기자의 바람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대회가 열리는 타이중 역시 마찬가지. 기자가 저녁 식사를 한 식당의 주인은 물론 편의점에서 만난 아르바이트 학생도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또한 한국과 일본 대표팀이 머물고 있는 타이중 도심의 랜디스 호텔을 제외하고 타이중의 다른 호텔에는 이번 대회와 관련한 어떠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한 호텔 직원은 야구장까지 가는 차편을 묻는 질문에 구 타이중 구장과 나중에 지어진 인터콘티넨탈 구장을 헷갈려 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29일, 대만과 한국 그리고 일본이 차례로 훈련을 가진 타이중구장에는 취재를 위해 몰려든 3개국 기자들과 일부 야구팬들로 북적거렸지만 야구장 밖 모습은 한산하고 차분하기만 했다.

이처럼 관심을 모으는 야구 이벤트를 앞두고 대만 내 분위기가 뜨겁지 않은 것은 사실상 예선 1위가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대만을 대표하는 투수들인 왕지엔밍(뉴욕 양키즈)과 쿠어홍즈(LA 다저스) 등이 이번 대표팀에 불참한데다 한국과 일본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프로선수들 위주의 베스트팀을 꾸려 대만을 능가하는 전력을 갖추고 있어 승리를 바라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 이는 일부 대만 언론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또한 최근 홈에서 열린 야구월드컵에서 8위에 그친 것도 대만인들로부터 야구에 대한 관심을 떠나가게 한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타이중 시내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며 야구팬이라고 밝힌 후앙이밍(35)씨는 "한국과 일본의 너무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최상의 팀이 아니다."라며 이번 대회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타이중(대만)=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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