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지도자가 있었기에 ‘나고야의 태양’ 뜰 수 있었죠”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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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센이치 일본야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국내 야구 전력을 탐색하기 위해 3박 4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뒤 떠났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감독 시절 수호신으로 이름을 날리던 구원투수 선동렬(현 삼성 감독)을 격려하는 모습(왼쪽 사진). 이번 방한 때 선 감독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 장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호시노 센이치 일본야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국내 야구 전력을 탐색하기 위해 3박 4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뒤 떠났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감독 시절 수호신으로 이름을 날리던 구원투수 선동렬(현 삼성 감독)을 격려하는 모습(왼쪽 사진). 이번 방한 때 선 감독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 장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사제지간’에서 경쟁자로… 올림픽 야구 예선서 다시 만날 호시노-선동렬 감독

선동렬(44) 삼성 감독은 호시노 센이치(60) 일본야구대표팀 감독을 ‘무서운 지도자’라고 했다.

1996∼1999년 주니치에서 철벽 마무리로 활동할 때 호시노 감독의 애제자였긴 하지만 당시의 섬뜩한 경험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호시노 감독은 타격이 부진하거나 수비 실책을 한 선수가 있으면 이닝을 마친 뒤 바로 응징하는 지도자였다. 잘하는 선수에게는 사재를 털어서 ‘보너스’를 주지만 못하는 선수에게는 ‘주먹’을 날리는 스타일이라는 것.

“경기 도중 호시노 감독이 노구치 시게키(현 요미우리)를 더그아웃 뒤로 데리고 왔어요. 이어 노구치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더군요. 노구치는 입안이 헐어 한동안 식사를 못할 정도였죠.”

투수도 예외는 아니어서 연이어 볼넷을 내주거나 실투를 하는 투수에겐 여지없이 호시노 감독의 주먹이나 발이 날아갔다.

다행스럽게도 선 감독은 호시노 감독에게 봉변을 당하지는 않았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10승 4패 98세이브에 평균자책 2.70을 기록한 ‘나고야의 수호신’이었기 때문.

하지만 선 감독이 일본에 진출한 첫 해 5승 1패 3세이브에 평균자책 5.50으로 부진했을 때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를 차마 때릴 수는 없었던지 혼잣말로 분을 삭이더군요. 잘은 몰라도 ‘바카야로(바보)’ ‘그렇게 할 바에는 한국에 가는 게 낫다’는 내용이었죠.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호시노 감독의 급한 성격은 다소 심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부진한 선수를 강하게 만드는 힘도 있다는 게 선 감독의 얘기다.

사제지간이던 이들은 12월 올림픽 예선에서는 경쟁자로 만난다. 김경문 두산 감독을 보좌해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로 나서는 선 감독이 스승을 넘어설지 궁금하다.

한편 호시노 감독은 3박 4일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9일 대만으로 떠났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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