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안타-200승 ‘공든 탑’ 누가 더 높을까

  • 입력 2007년 6월 12일 02시 59분


한 해 반짝 잘하는 선수는 많지만 20년 가까이 잘하는 선수는 흔치 않다. 올 시즌 프로야구 등록선수는 2군 선수까지 합쳐 478명. 그들에게 통산 기록은 야구 인생의 성적표다. 삼성 양준혁(38)이 지난주 통산 2000안타를 넘어섰다. 한화 송진우(41)는 지난해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모두 국내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들. 투타 양쪽에서 대기록이 나오자 누리꾼들은 ‘송진우 200승-양준혁 2000안타’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대단한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과연 어느 기록이 더 깨기 어려울까.

○해외의 200승 투수와 2000안타 타자

송진우가 200승을 달성한 지난해 8월 29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통산 200승 이상 투수는 미국이 사이 영(511승·은퇴)을 비롯해 108명, 일본이 가네다 마사이치(400승·은퇴)를 필두로 23명이었다. 미국과 일본을 통틀어 131명이다.

양준혁이 2000안타 기록을 수립한 9일 현재 미국에서는 피트 로즈(4256개·은퇴) 등 246명이 2000안타 고지를 밟았고, 일본에서는 장훈(3085개·은퇴)을 비롯해 35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나라를 합쳐 281명.

미국 프로야구의 역사는 130년이 넘는다. 일본은 72년. 반면 한국은 26년에 불과하다.

○추격하는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당분간 200승을 넘어설 투수는 나오기 힘들다. 통산 최다승 10위(표 참조) 안에 송진우를 제외한 현역 투수는 2명밖에 안 된다. 한화 정민철(35)이 149승이지만 나이를 감안할 때 51승을 추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 정민태(37)는 76승이나 남아 200승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0안타의 다음 주인공은 대기자가 꽤 있다. 통산 안타 상위 10명 중 7명이 현역이다. 현대 전준호(38)는 155개가 남았다. 지난해 87개의 안타를 때린 점을 고려할 때 2, 3년간 주전으로 뛴다면 달성할 수 있다. 478개가 남은 KIA 장성호(30)는 아직 한창 활동할 나이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본다

이순철 MBC-ESPN 해설위원은 “투수와 타자의 기록이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내가 현역에서 활동할 때까지만 해도 2000안타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왔다. 대학을 졸업한 송진우 양준혁과 달리 요즘은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온 선수들이 많아 200승, 2000안타는 충분히 깨질 것이다. 문제는 300승, 3000안타인데 타자 쪽은 가능하겠지만 300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두 기록을 비교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 뒤 “긴 세월 몸 관리를 잘하면서 실력을 유지해야 나올 수 있는 기록들이기 때문에 둘 다 대단하다. 하지만 보통 타자가 선수 생활을 더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에 투수보다는 기록 경신이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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