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와 5선발 다투는 마이클 펠프리는 누구?

  • 입력 2007년 3월 15일 12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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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언특급’ 박찬호(34·뉴욕 메츠)가 숨 돌릴 틈 없는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기 위해 치열한 선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챔피언 메츠는 탐 글래빈-올랜도 에르난데스-올리버 페레스-존 메인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전망이어서 마지막 5선발만 찾으면 된다. 베테랑인 박찬호와 애런 실리를 비롯해 제이슨 발가스, 필립 험버, 마이크 펠프리 등 젊은 유망주들은 남은 5선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까지는 박찬호와 23살 유망주 펠프리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박찬호와 메츠의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 받고 있는 펠프리가 가장 눈에 띄는 투구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 두 선수 중 한 선수만 선발 자리를 차지하는 행운을 얻게 된다.

박찬호와 펠프리의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국내 메이저리그팬들에게는 펠프리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도대체 펠프리가 어떤 선수이길래 박찬호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것일까.

위치타주립대 출신인 펠프리는 대학시절 최고의 투수로 명성을 날렸다. 위치타주립대에서의 세 시즌 동안 그가 거둔 성적은 33승 7패 평균자책점 2.18. 특히 마지막해에는 19경기에 선발 등판 12승 3패 평균자책점 1.93 143K의 특급성적을 남겼다.

또한 탁월한 기량 뿐만 아니라 부상을 당하지 않을 것 같은 뛰어난 신체조건, 여기에 정신적인 성숙함까지 갖춰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와 비슷한 기량을 갖춘 투수를 찾기 힘들 정도였으며 프로입단 전부터 전체 1번 픽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그는 스캇 보라스 사단 소속이었다. 그를 지명할 경우 엄청난 계약금과 보너스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팀들은 그를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

결국 펠프리는 2005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9번까지 밀려났고, 계약도 다음해까지 미뤄진 끝에 355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포함, 총 525만 달러에 메츠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 금액은 메츠 프랜차이즈 신기록.

뒤늦게 메츠에 합류한 펠프리는 최고의 유망주답게 빠른 성장속도를 보였다. 싱글 A와 더블 A를 16번의 선발 등판만으로 가볍게 통과한 펠프리는 선발 로테이션이 구멍난 메츠의 팀 상정상 빅 리그에 깜짝 승격되는 행운까지 누렸다. 아쉽게 4번의 선발 등판에 그쳤지만 펠프리는 2승을 챙기며 빅 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4경기 등판 후 트리플 A로 내려온 펠프리는 2경기에 등판해 1승 0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한 뒤 2006시즌을 마감했다.

2006시즌 싱글 A, 더블 A, 트리플 A, 메이저리그를 모두 거치며 22경기에 선발 등판한 펠프리가 거둔 성적은 9승 4패 평균자책점 2.98. 리그를 초토화 시킨 성적은 아니지만 뒤늦게 팀에 합류한 것과 메이저리그에서의 4경기 성적을 포함한 것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성적임이 분명하다.

펠프리의 가장 큰 강점은 위력적인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2미터가 넘는 키에서 내려 꽂는 투심 패스트볼은 싱킹 패스트볼이면서도 92~95마일대의 뛰어난 스피드를 유지한다. 그의 등판 경기에서 많은 그라운드볼이 나오는 이유도 이 투심 패스트볼 때문이다.

투심 패스트볼과 함께 구사하는 포심 패스트볼은 90마일 중반대의 스피드를 형성하며, 평균 이상의 체인지업을 뿌릴 수 있다. 또 큰 신장에도 안정된 투구폼과 수준급 제구력을 자랑하며, 수비나 견제 동작 등도 나쁘지 않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펠프리는 직구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변화구 능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학시절에는 패스트볼만으로도 최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기 때문에 변화구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구사하지만 스피드와 예리한 맛이 떨어진다. 빅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심 패스트볼, 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과 함께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각도 큰 변화구가 필요하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뛰어난 신체조건과 기량을 갖추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엄청나다. 그리고 머지 않아 메츠의 또다른 기대주 필립 험버와 함께 빅 리그 선발 로테이션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곧바로 빅 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추고 있지만, 펠프리가 트리플 A에서 시즌을 보내더라도 이상한 그림은 아니다. 지난 시즌 펠프리가 트리플 A에서 등판한 경기가 고작 2경기에 불과하기 때문.

트리플 A에서 좀 더 경험을 쌓고, 또 변화구 능력을 키운 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도 늦지 않다. 메츠 역시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유망주인 만큼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박찬호와 펠프리의 5선발 경쟁은 박찬호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성적과 투구내용이라면 일단 박찬호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고 펠프리를 트리플 A로 내려보내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다.

지나치게 펠프리를 의식하기보다는 베테랑다운 노련함과 구위 향상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츠가 박찬호를 영입한 이유도 박찬호의 풍부한 선발 등판 경험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의 5선발 경쟁은 펠프리와의 대결이 아닌 지난 13년 동안 빅 리그에서 경험한 소중한 자산을 완숙미 넘치는 피칭으로 만들어내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박찬호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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