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잡으면 마음이 편해요”

  • 입력 2007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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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유? 에이, 누가 장애인한테 시집 오겠어유. 막말루 돈이 있어유, 몸이 성해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웃으며 얘기했지만 농담처럼 들리진 않았다. 그게 이 땅의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이니까.

24일 막을 내린 제4회 장애인동계체육대회. 강원 춘천시 의암빙상장에서 만난 박상현(34·사진) 씨는 경기도 소속 아이스슬레지하키(장애인이 즐길 수 있게 스케이트 대신 양날 썰매를 사용)팀인 레드불스 소속으로 참가했다.

○ 25세 때 교통사고로 척수 다쳐

지금은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지만 박 씨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꽤 잘나가는 운동 선수였다. 초등학교 때는 육상 선수로 활동하다 충남 당진에 있는 신평중 2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신평고) 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 진학을 못했어유. 프로축구 2군 팀에 잠깐 몸담았다 군에 입대했죠.”

군대를 다녀온 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회인 축구팀을 기웃거리던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25세 때. 운전 중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던 트럭을 피하다 차가 뒤집혔다. 목숨은 건졌지만 척수장애로 다리를 쓸 수 없게 됐다. 사고 이후 절망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되레 웃는다.

“지난 일 생각해서 뭐 하남유. 이 휠체어도 한 9년쯤 타면 아주 편해유.”

○ 밴쿠버올림픽서 메달따고 싶어

초등학교 때는 트랙을 달렸고 중고교 때는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는 이제 빙판 위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 지금처럼 동호회 성격의 팀이 아닌 제대로 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정식 실업팀에 입단하는 게 당장의 소원.

“이 종목도 축구처럼 골 넣는 맛이 쏠쏠해유. 기회가 된다면 2010년 밴쿠버 장애인올림픽 때 국가대표로 나가면 좋겠시유. 혹시 아남유. 메달이라도 따 연금 받으면 장가갈 수 있을지. 하하.”

춘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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