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게 농구밖에 없는데…”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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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부터 프로농구 코트에 나설 신인들이 결정됐다.

뽑힌 선수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지만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대부분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만 해 온 선수들에게 프로팀 진출이 좌절됐다는 것은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 지난해 1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신청자 43명 가운데 20명만 뽑혔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23명은 1년이 지난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농구라는 ‘끈’을 놓지 않은 이도 없진 않다. 3명은 연습생 신분으로 꿈에 그리던 프로 구단에 들어갔고, 1명은 일본 프로리그에 진출했다. 운 좋게 고등학교 코치를 맡은 선수도 1명 있다. 2명은 이번 드래프트에 재도전했는데 그중 최고봉(조선대)은 3라운드에 모비스의 지명을 받아 ‘취업 재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수인 8명은 군대를 택했다. 농구의 경우 군 팀이 없기 때문에 모두 농구와는 상관없는 보직을 받았다. 2명은 농구와 관계없는 일반 대학원에 진학했고, 미국에서 고교를 나온 2명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연락이 안 된 4명을 제외한 19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10년 넘게 해 온 농구를 그만둔 셈이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뒤 군대에 간 A 선수는 “이제 선수라고 부르지 마라. 연습생으로라도 뽑아 주길 바라며 참가했는데 이제 농구는 완전히 접었다”고 했다. 역시 입대해 운전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B 선수는 “농구를 포기한 뒤 한참 동안 방황했다. 선수로 계속 뛰고 싶지만 길이 없고…. 제대 후 뭘 할지는 아직 결정 못 했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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