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꿰는 바늘과 실…모비스 유재학 감독-임근배 코치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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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른쪽)과 임근배 코치. 사진 제공 KBL
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른쪽)과 임근배 코치. 사진 제공 KBL
25일 수원에 있는 프로농구 모비스 숙소에는 적막이 흘렀다.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아 선수들이 모두 외출을 나가서다. 하지만 체육관 2층 헬스클럽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유재학(44) 감독과 임근배(40) 코치가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둘 다 각각 두 남매와 부인을 모두 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 휴가를 맞아 모처럼 나란히 땀을 흘린 뒤 숙소 인근의 해장국집에서 식사도 함께했다.

“방만 따로 쓰지 항상 같이 사는 것 같아요.”

유 감독과 임 코치는 프로농구 최장수 코칭스태프 ‘커플’이다. 1999년 대우증권에서 한솥밥을 먹기 시작해 신세기-SK(빅스)-전자랜드를 거쳐 벌써 8년째 ‘한 배’를 타고 있다. 그동안 산전수전도 다 겪었다. 팀이 번번이 매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꼴찌의 수모를 안은 적도 있다. 그때마다 서로 믿고 한 길을 걸은 끝에 지난 시즌 첫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데 이어 올 시즌에도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코칭스태프의 탄탄한 호흡이 빛을 보고 있어서다.

특히 임근배 코치의 역할이 돋보인다. 유 감독과는 현역 시절 단 한 차례도 같은 팀에 있었던 적이 없는 임 코치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감독과 선수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출전시간이 줄어들어 사기가 떨어졌거나 부상으로 의기소침한 선수들과 잦은 미팅을 통해 의욕을 북돋아줬다. 그 덕분에 우지원 김동우 등은 재기에 성공했다. 선수들은 임 코치를 맏형처럼 여기며 언제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유 감독과 식성도 비슷해 맵고 짠 음식을 즐긴다는 임 코치는 “배울 게 많은 감독님이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린다면 난 선수관리와 세밀한 부분을 채워간다”고 말했다.

유 감독과는 스타 몇몇에 의존하기보다는 팀워크와 조직력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부분이 비슷하다는 게 임 코치의 얘기.

슈터의 산실인 서울 광신상고를 거쳐 경희대와 아마추어 현대에서 뛴 임 코치는 188cm의 왼손 포워드로 이름을 날렸다. 임 코치의 체중은 현재 115kg에 이른다. 별명도 이름(근배)에서 따온 ‘큰 배’.

큰 체구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을 지닌 임 코치는 지난해 못 이룬 통합 챔피언을 향해 유 감독과 함께 힘차게 ‘배’를 저어가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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