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그랜드슬램’ 이원희가 마냥 기쁘지 않은 까닭은…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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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영화 ‘친구’ 포스터에 적혀 있는 카피처럼 그들은 언제나 함께였다.

유도대표팀 남자 73kg급 이원희(25·사진), 66kg급 김광섭(25), 81kg급 권영우(25·이상 KRA, 한국마사회).

○‘보성고 단짝 트리오’ 김광섭-권영우와 나란히 출전

셋은 오랫동안 가까이 사귄 친구다.

서울 보성중을 함께 나왔고 1997년 보성고에 입학해 1999년까지 ‘보성고 무적시대’를 이끌었다. 김광섭과 권영우는 한양대로 진학하고 이원희는 용인대를 택해 잠시 헤어졌지만 졸업 후 KRA에서 다시 뭉쳤고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태릉선수촌에서 이들은 셋 다 금메달을 따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도하에서 얻은 결과는 3인 3색이었다.

이원희는 최고의 날을 맞았다. 5일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유도 첫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 아시아선수권 제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버지 이상태(60) 씨는 “원희가 큰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응원을 갔는데 이번처럼 기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부상 김광섭 동메달-권영우 1회전 탈락

김광섭은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한 달 전 무릎 연골이 파열돼 진통제를 맞고 이날 경기에 나선 그는 8강전에서 져 금메달의 꿈은 접었지만 초인적인 의지로 패자부활전에서 연승을 거둬 기어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권영우는 초반 불운에 울었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그였지만 1회전에서 아차 하는 순간 한판으로 무릎을 꿇었다.

남자 73kg급 시상식이 열리는 동안 김광섭은 경기장 밖에서 이원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든 메달을 따면 경기장 근처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로 약속했기 때문.

그는 “원희는 예상대로 금메달을 땄고 나는 어쨌든 동메달이라도 따 다행이다. 하지만 영우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세 친구는 이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다린다. 이번 대회에서 아쉬웠던 점을 2년 뒤에 훌훌 털어버릴 계획이다.

도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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