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 K리그로… 기어서라도”… 실업 N리그 챔프전 열려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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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하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고양 국민은행 축구팀 선수들이 22일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김포 할렐루야와 0-0으로 비긴 뒤 응원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국내 축구 사상 처음으로 프로 팀 승격을 놓고 겨룬 역사적인 경기였지만 김포종합운동장 관중석은 썰렁했다. 김포=변영욱 기자
“썰렁하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고양 국민은행 축구팀 선수들이 22일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김포 할렐루야와 0-0으로 비긴 뒤 응원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국내 축구 사상 처음으로 프로 팀 승격을 놓고 겨룬 역사적인 경기였지만 김포종합운동장 관중석은 썰렁했다. 김포=변영욱 기자
22일 오후 2시.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최강자를 가리는 챔피언결정전 김포 할렐루야-고양 국민은행전이 열린 경기 김포종합운동장.

경기 직전 할렐루야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들의 간절한 기도 주제는 ‘K리그에 올라가 하나님을 더 널리 알리는 것’이었다.

할렐루야 선수들은 경기 하남시의 한 어린이집 건물에서 합숙을 한다. 방 7개에 각각 3, 4명씩 끼어서 잠을 잔다. 마루에서 자는 선수도 있다.

할렐루야는 실업리그 11개 구단 중에서도 자금 사정이 가장 열악하다. 울산 미포조선, 국민은행 등의 연간 예산은 22억∼25억 원. 다른 구단들은 15억 정도다. 할렐루야는 전국 교회와 신도들의 후원으로 모은 10억 원 미만으로 운영한다. 구장도 유일하게 인조잔디다. 선수 층도 얇다.

이런 할렐루야가 후기리그에서 7승 2무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가 놀랐다.

후기리그 팀의 15골 중 11골을 합작한 공격수 이성길(31)과 성호상(27)은 7년간 할렐루야에서 호흡을 맞춰 왔다. 후기리그 최우수선수로 뽑히기도 했던 이성길은 다른 팀의 스카우트 제안도 수차례 거절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인기도 돈도 아니다. 축구로 하나님을 더 널리 알리고 싶을 뿐.

이성길은 “상대가 골리앗이라면 우리는 다윗”이라며 “다윗이 이겼듯이 우리도 꼭 K리그에 가겠다. K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할렐루야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안산으로 연고를 옮긴다. 안산시가 적극적이지만 최소 50억 원 이상이 드는 프로 구단을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영무 할렐루야 단장은 “일단 K리그 승격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며 “올라가면 길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할렐루야보다는 여건이 좋은 국민은행도 고민은 많다. 8승 2무 무패의 압도적 전력으로 전기리그를 우승했지만 10월 유니폼을 바꾸고 난 뒤 이상하게 안 풀렸다. 1무 2패. 20일에는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고사까지 지냈다. K리그 승격도 걱정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수십억 원이 드는 프로구단 운영을 승인할지 의문이다.

사상 최초로 프로팀 승격 팀을 가르는 역사적 경기였지만 경기장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양 팀 서포터스 20여 명과 시 관계자, 단체관람 온 초중고교생을 제외한 순수 관중은 수십 명 수준. 다음 시즌부터 두 팀 중 한 팀과 경기를 치러야 하는 K리그 감독 중에선 스위스 출신의 부산 아이파크의 앤디 에글리 감독이 유일했다.

에글리 감독은 “한국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도 많고 열정도 대단하다. 선수들의 수준도 스위스보다 높다. 그런데 경기장은 왜 이렇게 썰렁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 팀은 이날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0-0 득점 없이 끝났다.

전반 21분 할렐루야 박도현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맞힌 것이 뼈아팠다. 할렐루야 골키퍼 황희훈은 후반 23분 국민은행 김재구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결정적 선방을 여러 차례 했다.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2차전은 26일 오후 3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김포=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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