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을 만든 사람들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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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400홈런 타자’ 이승엽. 그의 오늘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천부적인 재능에 뼈를 깎는 노력,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홈런왕’ 이승엽의 탄생이 가능했다. 이승엽의 숨겨진 사부들을 돌아본다.

○ 박승호(49) KIA 코치: ‘타자’ 이승엽을 발견하다

1995년 삼성 스프링캠프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 주 베로비치. 경북고를 졸업한 루키 이승엽은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이승엽은 연습 중 우연히 방망이를 휘둘렀고 당시 삼성 타격코치였던 박 코치는 단번에 ‘재목’임을 알아차렸다. 곧바로 타자 전향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승엽은 단호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투수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라며 고집을 부렸다. 계속된 설득 끝에 이승엽은 “그러면 한 달만 타자를 해 보겠습니다”라고 했다. ‘타자’ 이승엽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백인천(63) 전 롯데 감독: 이승엽을 키우다

이듬해인 1996년. 일본 프로야구 타격왕 출신의 백인천 감독이 부임했다. 백 감독 역시 한눈에 이승엽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백 감독은 이제 겨우 2년차이던 이승엽을 꾸준히 중심 타선에 기용하며 기회를 줬고, 자신의 타격 기술을 틈틈이 전수했다. 요즘도 이승엽은 “백 감독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1996년 9홈런에 그쳤던 이승엽은 1997년에 32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거포’ 대열에 올라섰다. 이승엽은 요즘도 일본 야구 해설을 하고 있는 백 감독에게서 전화로 타격 폼 등에 관한 조언을 듣곤 한다.

○ 박흥식(44) 삼성 코치: 이승엽과 동고동락하다

이승엽과 박흥식 코치의 관계는 특별하다. 단순히 선수-코치의 관계가 아니라 아우와 형, 또는 조카와 삼촌 같은 관계다. 둘은 1996년부터 2003년까지 8년간 한 팀에서 동고동락했다. 이승엽이 힘들고 외로울 때는 항상 곁에 박 코치가 있었다. 인생 상담은 박 코치의 몫이었다.

박 코치는 이승엽이 빗나간다고 느껴질 때면 따로 불러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을 내기도 했다. 박 코치는 “겸손하지 못하거나 거만해질 때면 육체적인 방법을 써서 혼을 낼 때도 있었다”고 했다.

○ 김성근(64) 일본 롯데 코치: 일본 야구를 가르치다

이승엽이 일본 진출 3년 만에 완전히 일본 야구에 적응한 데는 김성근 코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일본 무대에 진출한 첫해인 2004년 롯데 시절 이승엽은 타율 0.240, 14홈런에 그쳤다.

그러나 시즌을 마치고 김 코치를 만난 후 이승엽은 180도 다른 선수가 됐다. 김 코치의 지도와 이승엽의 맹훈련이 합쳐져 그해 30홈런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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