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현주엽 사제 “한국농구 ‘꿈의 무대’로 손색없네요”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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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농구부 사제지간이었던 박한 대학농구연맹회장(오른쪽)과 프로농구 LG의 현주엽이 개관을 앞둔 모교 화정체육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미옥  기자
고려대 농구부 사제지간이었던 박한 대학농구연맹회장(오른쪽)과 프로농구 LG의 현주엽이 개관을 앞둔 모교 화정체육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미옥 기자
“와∼. 감개무량하네요.”

한번 벌어진 입은 좀처럼 닫힐 줄 몰랐다.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체육관 시설에 탄성이 연방 터져 나왔다.

5000석 규모의 관중석에 미국프로농구(NBA) 수준의 전광판. 쾌적한 환경의 헬스클럽과 부상 방지를 위해 쿠션이 들어간 마룻바닥 등은 프로농구 경기장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 5000석 규모 관중석… NBA 수준 전광판… 초현대식 시설

고려대 농구부에서 사제 관계였던 박한(60) 대학농구연맹회장과 프로농구 LG 현주엽(31)은 19일 다음 주(24일) 개관을 앞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모처럼 의미 있는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체육관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옛 추억도 떠올렸다.

박 회장과 현주엽은 고려대 농구의 간판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1965년 입학한 박 회장은 당시로서는 큰 키(192cm)를 앞세운 정통 센터로 활약했다.

은퇴 후 1975년부터 고려대 지휘봉을 잡기 시작해 2000년까지 한국농구의 숱한 재목을 길러냈다. 1996년에는 통산 50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애제자로 꼽히는 현주엽은 1994년 진학해 전희철(SK) 김병철(오리온스) 신기성(KTF) 등과 함께 팀을 대학 최강으로 이끌었다. 현주엽은 평소 남다른 후배 사랑으로 고려대 농구부에 승합차를 기증하기도 했으며 장학금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코트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들이 대학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애환도 많았다. 박 회장은 고려대 재학 당시 교내에 변변한 체육관이 없어 보성고 성동공고 등 인근 고교를 전전하며 훈련해야 했다. “체육관이 없어 늘 전전긍긍했어요.” 박 회장은 대학 졸업반 때인 1968년 비로소 학교에 체육관이 생겨 감격스러웠다고.

현주엽은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체육관에서 훈련할 때마다 애를 먹었다고. “체육관 마룻바닥에 가시가 워낙 많아 넘어지면 찔리고 피가 나기 일쑤였어요. 냉난방도 전혀 안돼 추위 더위와 싸워야 했어요.”

한때 고려대 체육관은 실내가 실외보다 더 추워서 선수들 사이에서 ‘냉동실’로 불렸다는 게 박 회장의 회상. 그래서인지 이들은 한국농구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를 화정체육관 개관을 누구보다 반겼다.

○ 대학농구 활성화 위해 ‘홈 앤드 어웨이’ 경기 필요

박 회장은 “침체된 대학농구 활성화를 위해 미국처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고려대가 그 중심에 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다음 달 16일부터는 개관 기념으로 최고 권위의 고교농구대회인 제42회 쌍용기 대회가 열리게 된다. 농구 유망주에게 새로운 꿈을 주는 무대가 될 것 같다는 게 현주엽의 얘기.

박 회장은 “이런 좋은 시설을 갖춘 모교에서 주엽이 너도 언젠가 지도자를 해보고 싶지 않으냐”며 덕담을 건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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