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독일월드컵 결산]④꿈나무 키우기

  • 입력 200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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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가 떨어지니까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렸다. 개인 기량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유소년 시스템부터 고쳐야 한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지켜본 축구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김학범 성남 일화 감독은 “월드컵 때마다 ‘4년 뒤’를 얘기하는데 축구는 2, 3년 만에 완성되지 않는다. 당장 성과는 없어도 멀리 내다봐야 한다. 유소년 축구를 바꾸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 유소년 바뀌지 않으면 미래 없다

장외룡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월드컵이 끝나니까 다들 K리그를 살려야 한다는 얘기만 하는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유소년을 키워야 하고 프로 구단들도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화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잦은 패스미스, 볼 터치 및 드리블 미숙, 세밀함 부족 등 한국축구의 문제점이 이번 대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결과가 괜찮다고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유소년 축구부터 획기적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초등학교 선수들 계속 감소

축구를 하려는 어린이들이 해마다 줄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선수는 270여개 팀 5394명. 김영균 초등연맹 전무는 “2002년 이후 잠깐 선수가 늘었는데 최근 2, 3년 계속해서 선수가 줄고 있다”며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학생 수가 줄어드는 데다 경제적 부담도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박 전 감독은 “더 큰 문제는 선수들이 공부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부는 내팽개치고 운동만 하던 상당수 학생은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라며 “이런 위험 부담을 딛고 축구를 시키려는 학부모는 적을 수밖에 없다. 축구 인구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돈에 끌려 다니는 축구

‘가난한 학생이 축구를 한다’는 것은 옛말. 많은 학부모가 “축구를 시키고 싶어도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축구부에 아이를 보내면 월 50만∼150만 원은 든다는 것. 합숙비, 대회 참가비는 물론 지도자 수당까지 축구팀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거의 학부모 몫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포지션 편중 현상. 줄곧 지적되는 한국축구의 문제점은 ‘대형 수비수’가 나오지 않는 것. 박 전 감독은 “지도자들이 소질 있고 빠른 선수는 성격과 적성에 상관없이 무조건 공격수로 내세운다”고 지적한다. 김 전무는 “학부모들이 ‘공격수로 안 해주면 전학 간다’고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 학교공부 충실해야 창의적 축구 가능

유럽의 축구 선진국과 이웃 일본의 유소년 축구는 교육에다 초점을 맞춘다. 되도록 많은 어린이가 공을 갖고 놀면서 체력과 창의력을 키운다. 이 가운데 소질 있는 선수가 발굴된다.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초등학교 선수 100명 중 프로팀까지 가는 경우는 3, 4명꼴이다. 공부와 축구 모두를 병행하기 때문에 도중에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박 전 감독은 “학교 공부는 다하면서 과외시간에 축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부터 오전 오후 내내 훈련할 필요가 없으며 1주일에 2, 3번이면 충분하다는 것. 그래야 창의력을 갖춘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게 박 전 감독의 설명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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