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유목민… 특급 선장 히딩크-아드보의 ‘유쾌한 방랑’

  • 입력 2006년 6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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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장군’ 아드보카트. 그가 떠났다. 축구를 따라 세계를 떠도는 21세기 축구 유목민.

어제는 네덜란드, 오늘은 한국, 내일은 러시아…. 가방 하나 덜렁 메고 바람처럼 떠돈다. 축구공처럼.

나라도 민족도 관심 없다. 오직 축구만 있을 뿐. 생큐 딕! 굿바이 아드보카트!》

○히딩크→러대표팀, 아드보→프로팀 제니트 맡아

‘방랑(방황)하는 네덜란드인.’

19세기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1842년 노르웨이 전설을 바탕으로 직접 대본을 쓰고 곡을 만든 오페라의 제목이다. 신의 저주를 받아 죽지도 못하고 영혼이 떠도는 네덜란드 출신 유령선 선장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21세기에도 ‘방랑을 즐기는 네덜란드인’들이 있다. 이들은 마치 전설 속 유령선 선장이 죽을 수 없는 것처럼 축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60) 감독과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태극호’ 선장을 맡았던 딕 아드보카트(59) 감독이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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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전 브라질-가나 득점 장면
독일월드컵 16강전 스페인-프랑스
독일월드컵 16강전 브라질-가나
딕 아드보카트 출국 기자 회견
16강전 스위스-우크라이나 득점 장면
16강전 이탈리아-호주 득점 장면
독일월드컵 16강전 스위스-우크라이나
독일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호주
16강전 포르투갈-네덜란드 득점 장면
16강전 잉글랜드-에콰도르 득점 장면
독일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네덜란드
독일월드컵 16강전 잉글랜드-에콰도르
16강전 아르헨티나-멕시코 득점 장면
16강전 독일-스웨덴 득점 장면
독일월드컵 16강전 아르헨티나-멕시코
독일월드컵 16강전 독일-스웨덴

네덜란드 출신인 두 감독은 7월 나란히 러시아로 건너간다.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벽에 막혀 8강 진출에 실패한 호주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대표팀 감독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한국과의 계약이 만료된 아드보카트 감독은 러시아 프로리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령탑을 맡는다.

히딩크 감독이 카리스마,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략가로 대표되는 등 다른 점이 많지만 인생 행보에선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선수생활은 모국인 네덜란드에서만 했다.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지척에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반면 지도자 생활은 방랑의 연속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터키를 시작으로 스페인 한국 호주를 거쳐 다시 러시아로 둥지를 옮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스코틀랜드 독일 아랍에미리트를 거쳤고 한국에 이어 러시아행을 택했다.

○아드보 연봉 19억 원… 대통령이 전폭 지원

왜 러시아인가?

아드보카트 감독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출국 직전에 한 고별 기자회견에서 “내 나이가 59세다. 축구 지도자로서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래서 계약을 1년 반만 했다. 지도자 생활의 마무리는 클럽팀에서 선수들과 맘껏 뛰는 것으로 하려고 예전부터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치 축구 지도자 인생을 정리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히딩크 감독은 “내 축구 인생에서 내린 선택 가운데 후회는 없었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것이고 월드컵이 끝나면 클럽 수준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해 그에게 러시아행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카드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방랑하는 네덜란드인’들을 러시아로 이끈 것은 바로 돈뭉치 공세였다.

○히딩크 연봉 24억 원… 전용기로 출퇴근

히딩크 감독의 러시아대표팀 감독 영입을 주도하고 250만 달러(약 24억 원)에 이르는 연봉을 지급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를 2003년에 인수한 로만 아브라모비치(40) 씨. 러시아의 석유와 철강 재벌인 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1위 부자로 추정 재산만 182억 달러(약 17조 원)이다. 아브라모비치 씨는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러시아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전용 비행기까지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감독도 겸직할 수 있어 ‘투 잡’으로 수입이 더욱 짭짤해진다. 히딩크 감독은 호주에서도 연봉 250만 달러를 받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배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사령탑을 맡을 제니트의 연고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바로 푸틴의 고향이고 푸틴 역시 제니트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졌다. 제니트의 후원사는 세계 최대 가스회사인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이다.

제니트는 1925년 철강 노동자들에 의해 결성된 클럽.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8강까지 진출했으나 정작 러시아리그에서는 8위로 처지는 등 부진하자 이번에 아드보카트 감독을 불러들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만 달러(약 19억 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스페인 vs 프랑스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브라질 vs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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