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 “그들에겐 따뜻한 情이 있었네”

한국-토고전이 끝난 뒤 딕 아드보카트 한국 감독이 이영표를 안아 주고 있는 가운데 토고 골잡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왼쪽)가 슬쩍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김동주 기자

토고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왼쪽)가 13일 한국과의 경기가 끝난 뒤 유니폼 상의를 벗은 채 이천수를 감싸 안고 있다. 프랑크푸르트=김동주 기자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발휘한 토고에 격려를 보냅니다.”

“토고도 16강에 올라 어려운 자국민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네요.”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 2006 독일 월드컵 한국의 첫 승 ‘제물’이 된 토고에 뒤늦은 ‘동정론’이 일고 있다. 17일부터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한 몇 장의 사진이 그 계기.

13일 열렸던 한국-토고전에서 경기 도중 쥐가 나 그라운드에 쓰러진 이을용의 다리를 토고 수비수 마사메소 창가이가 마사지하고 있는 장면, 토고의 간판 에마뉘엘 아데바요르가 경기 뒤 유니폼을 벗은 채 이천수와 껴안고 있는 장면과 승리한 한국 벤치를 찾아가 악수를 청하는 장면 등이다.

월드컵 본선에 처음 오른 토고를 보니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어려운 여건을 딛고 첫 출전했던 한국이 떠오른다는 누리꾼도 있었다.

한국의 첫 상대였던 ‘적’에서 어느새 ‘동지’가 되어버린 현상에 대해 토고의 축구 전문 온라인 매체 ‘몽디알토고’는 17일 “한국 국민이 소속팀을 떠나 토고가 보여 준 축구선수로서의 동료애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은 “인간적인 플레이도 좋았지만 프랑스와 스위스전에서 토고가 잘 싸워야만 한국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토고를 응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보너스를 둘러싸고 축구협회와 선수 간에 힘겨루기를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도깨비 팀’에서 어느새 ‘인간미 넘치는 팀’으로 탈바꿈한 토고.

19일 오후 10시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토고와 스위스의 경기에서는 한국의 붉은악마 응원단이 토고를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