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아트 베이스볼’… 다시 봐도 가슴이 뛴다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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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봐도 가슴이 뛴다. 공을 잡기 위해 그들은 몸을 사리지 않은 채 다이빙을 했고 타구를 쫓아 이리저리 뒹굴었다. 타석에서 서면 시원한 홈런을 날려 속을 후련하게 했고 마운드에선 절묘한 변화구로 상대 타자를 헛스윙으로 돌려세웠다. 3월을 뜨겁게 달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값진 4강을 이룬 한국야구대표팀. 예선과 2라운드를 거쳐 준결승에 이르는 7경기에서 그들은 숱한 명승부를 펼치며 전 세계 야구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3일 한국-대만 예선 1차전…박진만 환상수비 대만 울려▽

대만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을 겸해 열린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은 까다로운 상대. 한국은 김인식 감독이 ‘대만 킬러’로 지목한 서재응(LA다저스)을 선발로 내세운 뒤 김병현(콜로라도), 구대성(한화), 박찬호(샌디에이고)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작전으로 대만 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첫 승의 설거지는 유격수 박진만(삼성)의 몫이었다. 2-0으로 앞선 9회말 2사 1, 3루에서 대만 장즈야오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뒤 엎드린 상태에서 2루에 토스해 아웃시키며 경기를 끝낸 것. 공격에선 이종범이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린화웨이 대만 감독은 “빅 리그 출신 한국 투수들의 벽이 높았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5일 한국-일본 예선 3차전…‘승짱’ 日심장서 결승대포▽

예선 2연승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은 숙적 일본과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대결에 나섰다. 게다가 일본 스즈키 이치로가 ‘30년 발언’으로 한국 선수단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초반 흐름은 답답하기만 했다. 경기 초반 0-2로 뒤진 한국은 이진영의 호수비로 분위기를 되살렸다. 4회말 2사 만루에서 일본 니시오카 쓰요시의 2루타성 타구를 우익수 이진영이 다이빙 캐치한 것. 한국 더그아웃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일본 코칭스태프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후 한국은 이승엽(요미우리)의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안방으로 쓰게 될 도쿄돔에서 ‘한방’으로 통쾌한 역전승을 거뒀다. 1-2로 뒤진 8회 초 오른쪽 외야석에 총알같이 꽂히는 결승 2점 홈런을 날린 것. 이치로는 경기 후 “굴욕적”이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14일 한국-미국 8강전…최희섭 3점포에 美KO▽

101년 전 한국에 야구를 전해준 미국은 세계 최강이라는 거함. 한국의 선발 라인업 연봉 총액은 미국의 20분의 1 수준. 하지만 실력은 연봉순이 아니었다. 한국은 3-1로 앞선 4회말 2사 2루에서 이승엽이 고의 볼넷으로 1루에 나간 뒤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최희섭이 대타로 나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아치를 그렸다.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도 빛을 본 순간이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다승왕인 돈트렐 윌리스(콜로라도)는 “공 50개로 경기를 끝내겠다”고 큰소리쳤으나 태극전사의 매운 타격에 혼쭐이 났다. 반면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다승왕 손민한(롯데)은 선발로 승리까지 따내며 어깨에 힘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승엽은 1회 윌리스에게서 홈런을 빼앗으며 4경기 연속 아치의 괴력을 과시했다.

▽16일 한국-일본 8강전…이진영 빨랫줄 홈송구▽

일본과의 1차전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이진영의 강하면서도 정확한 어깨가 다시 한번 불을 뿜었다. 0-0 동점인 2회말 2사 2루에서 일본 사토자키 도모야가 친 우익수 앞 안타를 잡은 이진영이 빨랫줄 홈 송구로 2루 주자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홈에서 아웃시킨 것.

선취점을 내줄 위기에서 벗어난 한국은 주장 이종범의 방망이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일본 주니치에서 버림받고 쓸쓸하게 한국에 돌아온 이종범은 0-0으로 팽팽한 8회초 1사 2, 3루에서 좌익수 중견수 사이를 가르며 담장까지 굴러가는 2루타를 날렸다.

일본무대에서 뛸 때 마음고생이 심해 탈모증에 시달리기도 했던 이종범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게 너무 자랑스럽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무리 오승환은 9회 1사 후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특급 소방수로 인정받았다. 이런 활약 덕분에 오승환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러브콜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일본 대표팀 오 사다하루 감독은 “이진영의 수비 때문에 한국에 두 번 졌다”며 씁쓸해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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