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성공 IJF 박용성회장 “국제스포츠계 정치 입김 실감”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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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악재가 끊이지 않아 정말 힘든 선거였습니다. 국제 유도계에도 ‘박용성이 구속 수사된다’는 말이 한참 전부터 돌았거든요. 그런 소문에 흔들리는 회원국 대표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진땀 뺐습니다.”

5일 밤(한국 시간) 이집트 카이로 국제회의장(CICC)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정기총회에서 IJF 회장 3선에 성공한 박용성(사진) 회장.

그동안 박 회장은 자신이 총수로 있는 두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에 대해 언급을 기피해왔다. 하지만 그는 선거가 끝난 뒤 “국내 문제가 이번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IJF 회원국 사이에 한국을 발신지로 하는 ‘박용성이 구속된다’라는 등의 e메일이 돌아다녔습니다. 상대 후보 진영에서도 은근히 그런 루머를 이용했고요.”

실제로 정기총회 당일에는 회의장에서 ‘박 회장의 집이 수색됐다’는 소문이 나돌아 대한유도회 측에서 국내 언론사에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마리우스 비저(오스트리아) 유럽유도연맹 회장과 치열한 접전 끝에 15표 차로 승리했다.

“당초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를 지지한다고 밝혔던 아프리카 유도연맹 라사나 팔렌포 회장이 선거 직전에 등을 돌리고 비저 후보 지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 회장은 “국제 스포츠계라는 게 정치판과 똑같아서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팔렌포는 전날까지만 해도 ‘비저한테 어떻게 IJF를 맡길 수 있느냐’고 내게 말을 했는데 그렇게 등을 돌리다니 정말 배신감을 느꼈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1995년 IJF 회장으로 당선된 뒤 2001년 재선에 성공한 박 회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정말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김정행 대한유도회 회장이 ‘한국 유도와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꼭 나가야 한다’고 간곡히 권유해 마음을 돌렸다”고 밝혔다.

그는 “떨어지면 바로 귀국하려고 항공권도 예약을 해놨는데 이제 좀 편안한 마음으로 8일부터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관전하겠다”고 말했다.

카이로=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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