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8월 29일 18시 3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29일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육상 여자 1500m 결선. 800m에서 ‘철녀’ 마리아 무톨라(모잠비크)의 철옹성을 무너뜨린 데 이어 두 번째 ‘깜짝 우승 쇼’를 펼친 켈리 홈즈(34·영국)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그대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잠시 후 일어서 관중의 환호에 손을 흔드는 홈즈의 얼굴에는 지긋지긋한 부상 악몽과의 싸움에서 이긴 승자의 미소가 가득했다.
1996년 왼발 골절, 1997년 아킬레스건 파열, 2001년 위 수술, 2003년 장딴지 파열 등 홈즈는 지난 8년 동안 기록보다는 부상과 병마를 상대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는 왼쪽 다리 안 뼛조각이 부서진 채 달렸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깁스를 푼 지 6주 만에 경기에 출전했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힘든 악조건 속에서도 홈즈는 시드니 올림픽 8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투혼을 발휘하며 정상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날 우승 후 홈즈는 “부상만 없다면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나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부상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올림픽 육상 여자 중거리 사상 800m와 1500m를 한 대회에서 동시에 석권한 것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타티아나 카잔키나와 애틀랜타 올림픽의 스베틀라나 마스테르코바(이상 러시아)에 이어 홈즈가 세 번째. 홈즈는 영국군에서 하사관으로 복무 중이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