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시련을 넘은 이라크의 '축구 스토리'

  • 입력 2004년 8월 25일 18시 57분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준결승에서 파라과이에 져 금메달의 꿈은 꺾였지만 이라크 축구팀에 여전히 세계인의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이탈리아와 동메달을 겨루는 이라크 축구. 그들은 이미 진정한 승자다.

▽열광의 바그다드 ‘희망은 있다’=이라크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27일 열리는 이탈리아와의 3, 4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면 44년 만에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내게 된다. 이라크가 그동안 올림픽에서 따낸 유일한 메달은 1960년 로마 올림픽 역도에서 따낸 동메달.

하지만 이 경기에서 져 동메달 획득에 실패한다고 해도 이라크의 선전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파라과이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는 기쁨에 들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5일 “바그다드에서 TV를 보던 한 이라크인은 ‘이라크라고 하면 AK 소총이나 로켓포 같은 무기를 떠올렸던 세계인들에게 이제는 이라크가 올림픽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국가라는 것을 보여 줬다’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도 “이기든 지든 이라크 사람들은 조국의 ‘전사’들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라크를 사랑한 이방인=파라과이와의 준결승 경기 관중석에서 이라크 축구팀의 선전을 응원한 ‘이방인’이 있었다. 올림픽 직전까지 이라크 대표팀을 맡았던 독일 출신의 베른트 슈탕게 감독. 이라크 축구의 약진을 이뤄 낸 주인공이다.

후세인 전 대통령 집권 말기부터 이라크 대표팀을 이끌었던 슈탕게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였던 이라크를 42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사비를 털어 이라크팀을 지원하기도 했고, 독일 한국 일본 호주 등과의 원정 경기를 섭외해 경험을 쌓게 했다. 그러나 올 초 이라크 정부는 안전 문제를 내세워 서구인인 그에게 이라크를 떠날 것을 조언했고, 7월 그는 이 조언을 받아들였다. 슈탕게 감독은 “이라크를 떠날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시련을 넘어=이라크 축구는 오랜 시련기를 겪었다. 25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스트라이커가 골을 넣지 못하면 경기가 끝난 뒤 삭발을 당하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이후 찾아온 전쟁. 이라크는 아예 홈경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미국의 침공으로 ‘독재자’ 후세인의 압제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이라크 선수들이 ‘친미주의자’가 된 것은 아니다. 최근 이라크 선수들을 ‘발끈’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다. 이라크가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점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에 이용한 것. 이에 대해 이라크 선수단은 “부시는 자신을 광고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아르헨-파라과이 결승 격돌▼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가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축구 금메달을 놓고 맞붙게 됐다.

25일 아테네 카라리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는 카를로스 테베스와 루이스 곤살레스, 마리아노 곤살레스의 연속골로 이탈리아를 3-0으로 완파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결승에서 나이지리아에 패했던 아르헨티나는 8년 만에 정상에 도전한다.

8강전에서 한국을 꺾었던 파라과이는 테살로니키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호세 카르도소가 2골을 뽑고 프레디 바레이로가 1골을 보태 3-1의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아르헨티나-파라과이의 결승전은 28일 아테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