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아차! 격발실수… 金이 銀으로

  • 입력 2004년 8월 18일 0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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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실수가 메달 색깔을 바꿨다.

17일 아테네 마르코폴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50m 권총.

진종오(KT)는 본선을 1위(567점)로 통과한 뒤 10발을 쏘는 결선에서도 6번째 발까지 0.6점차로 선두를 지켜 금메달을 눈앞에 둔 듯했다.

하지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7’이 그에게는 불운한 숫자였다. 7번째 발에서 진종오는 신중하게 조준을 하다 뭔가 잘못됐다는 듯 권총을 내려놓았다. 전자식 격발을 일으키는 방아쇠 안에 있는 센서를 제대로 건드리지 않았던 것.

굳은 표정으로 다시 권총을 올려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은 표적지 중앙 한참 아래 부분을 맞히고 말았다. 어이없는 6.9점. 이 기록은 10.9 만점에서 4점이나 빠진 것. 관중석에서는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고 진종오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반면 자신의 바로 옆 사선에 있던 2위 미하일 네스트루에프(러시아)는 8.9점.

이 바람에 진종오는 중간합계에서 632.2점으로 네스트루에프(633.6점)에게 1.4점 뒤지며 선두자리를 내줬고 남은 3발에서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진종오는 “실수한 게 너무 아쉽다. 6.9점은 그렇게 하려 해도 쏘기 힘든 점수인데 너무 긴장한 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선일 권총종목감독은 “제한시간 70초 안에 쏴야 하는 결선에선 시간 여유가 없는데 진종오가 한번에 격발을 못한 뒤 호흡조정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당초 진종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탈락해 올림픽에 나올 수 없었으나 여자권총의 쿼터 반납에 따라 행운의 출전권을 따냈다. 또한 경남대 시절 축구를 하다 사격선수로는 치명적인 오른쪽 어깨를 심하게 다쳐 철심까지 박았으나 강한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해 한국 권총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값진 수확을 얻었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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