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여기 잠든 戰士들 오늘의 축제 알까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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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90년 아테네군이 페르시아군을 격파할 당시 숨졌던 192명의 아테네 병사가 묻혀 있는 무덤인 ‘팀보스’ 전경. 전투가 벌어졌던 아테네 북동쪽 마라톤 평야에서 아테네 쪽으로 5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코스도 이곳을 지난다. -아테네=양종구기자
기원전 490년 아테네군이 페르시아군을 격파할 당시 숨졌던 192명의 아테네 병사가 묻혀 있는 무덤인 ‘팀보스’ 전경. 전투가 벌어졌던 아테네 북동쪽 마라톤 평야에서 아테네 쪽으로 5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코스도 이곳을 지난다. -아테네=양종구기자
《‘이 묘비 아래에 아테네 사람 아이스킬로스가 묻혀 있도다. 에우포리슨의 아들인 그는 게라의 밀 생산지에서 사망했다. 마라톤 숲 전투에서의 그의 용기를 영광스럽게 말할 것이다. 긴 머리의 페르시아인들 역시 그것을 기억하고 말할 것이다.’ 기원전 490년 7월. 젊은 나이로 마라톤 전투에 참가했다 전사한 아테네 시인이자 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묘비명이다. ‘올림픽의 꽃’ 마라톤은 바로 이 전투에서 유래됐다. 아테네군이 승리하자 한 병사가 40여km 떨어진 아테네 아크로폴리스까지 달려가 “우리가 이겼다”고 외친 뒤 쓰러져 죽었고 그로부터 마라톤이 시작됐다고 역사는 전한다.》

약소국 아테네가 페르시아의 10만 대군을 꺾었던 마라톤 평원. 그로부터 2500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출발지점이다.

10일(현지시간) 오후 마라톤 평원에 아테네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지구촌을 돌아온 성화가 이날 도착한 것. 성화는 마라톤 시내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피레우스 항구를 거쳐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으로 향했다.

마라톤 출발지점에서 5km를 달리면 아테네를 향해 왼쪽으로 당시 마라톤전투에서 전사한 192명의 무덤 ‘팀보스’가 자리 잡고 있다. 경주의 봉분처럼 9m 높이로 봉긋하게 솟아 있다.

아테네 시내엔 나무숲이 거의 없다. 그러나 마라톤 코스 주변엔 숲이 울창하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10km 지점은 소나무 숲과 아름다운 모래밭으로 유명한 여름 휴양지 네아마크리, 좀 더 남쪽으로 가면 파르테논 신전 건축에 쓰인 아름다운 대리석 생산지로 유명한 팬델리 산 기슭이 나온다.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로 이어진 마라톤 코스는 에게해를 끼고 가다 20km 지점인 라피나에서 서쪽 아테네로 향한다. 반대쪽엔 여기저기 돌산이 있어 오르기 힘들기 때문. 하지만 이 길도 달리기에는 ‘지옥의 길’이다. 약 8km 지점부터 시작된 완만한 오르막은 32km지점인 아기아 파라스케비에 이르러서야 끝난다. 여기서부터 골인점인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까지는 급격한 내리막.

2500년 전 아테네 병사 페이디피데스는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이 길을 달렸다. 이제 2004 아테네 올림픽의 마지막 날인 29일 한국의 이봉주 이명승(이상 삼성전자)과 지영준(코오롱)이 바로 그 길을 달린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고 손기정 선생,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황영조에 이어 3번째 마라톤의 기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도움말=최선근 SH공사 마라톤 감독)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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