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마니아칼럼]박찬호, 부활의 신호탄을 쏴라!!

  • 입력 2004년 4월 6일 11시 51분


코멘트
Chan-ho, AGAIN 2000!!

‘95마일을 넘나드는 강력한 패스트볼, 플래쉬 고든을 능가하는 특급 커브, 폭발적인 무브먼트를 형성하는 투심, 튼튼한 하체를 앞세운 다이내믹한 딜리버리, 실점을 최소화하는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 200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

바로 박찬호를 특급 투수의 반열에 올라서게 했던 이유이자 온 국민을 열광케 했던 요인들이다.

그렇지만 박찬호는 텍사스로 이적한 이후 이러한 모습들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에이스는커녕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기조차 힘들었고, 시즌 내내 부상자 명단을 맴돌아야 했다. 모든 언론은 이런 박찬호를 ‘먹튀’로 취급했으며 그가 피땀 흘려 쌓아온 명성들도 조금씩 빛을 잃어 갔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박찬호가 아니다. 박찬호는 지난 2년간의 아픔을 뒤로하고, 이번 시즌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눈물 섞인 재활 과정을 이겨냈고, 햄스트링과 허리 부상의 늪에서 빠져 나오는데도 성공했다.

아직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불안요소가 있긴 하지만, 건강하게 돌아온 박찬호는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위력적인 투구 내용을 팬들 앞에 선보일 것이다. 설령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를 원망할 필요는 없다. 건강하게 돌아온 박찬호.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즐거운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AL 서부 지구의 강호 오클랜드 에이스

부활을 선언한 박찬호의 첫 상대는 AL 서부지구의 강호 오클랜드 에이스. 천재 단장 빌리 빈이 이끌고 있는 오클랜드는 2000시즌 이후 4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며 서부지구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오프 시즌 동안 팀의 간판 스타인 미겔 테하다가 팀을 떠났고,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가세한 애너하임이 막강한 전력으로 무장했지만, 영건 3인방(팀 허슨-마크 멀더-배리 지토)이 건재한 오클랜드는 이번 시즌에도 강력한 지구 우승 후보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박찬호가 상대할 만만치 않은 오클랜드의 배팅 라인업을 살펴보자.

1. 마크 캇세이 CF

2. 바비 킬티 LF

3. 에릭 차베스 3B

4. 저메인 다이 RF

5. 에루비엘 두라조 DH

6. 스캇 하테버그 (에릭 캐로스) 1B

7. 바비 크로스비 SS

8. 데미안 밀러 C

9. 에스테반 게르만 2B

슈퍼 스타는 없지만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한 매력적인 라인업이다. 빌리 빈의 의도대로 선구안과 팀 플레이에 능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 되어 있고, 수비 능력도 수준급이다.

특히 새롭게 구성된 캇세이-킬티의 테이블 세터진은 박찬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리라 예상된다. 1, 2번을 맡고 있는 캇세이와 킬티는 뛰어난 선구안은 물론,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장타력도 겸비하고 있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좌타석에 들어서는데다 우투수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박찬호를 경기 내내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캇세이와 킬티의 진루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경기는 박찬호의 호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중심 타선인 차베스-다이-두라조를 여유 있는 상황에서 승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장타나 대량 실점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하위 타순은 박찬호가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었기에 첫 등판에서 기대 이상의 호투가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제이슨 지암비 이후 대형 1루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오클랜드는 내일 경기에 스캇 하테버그를 선발 1루수로 기용할 것이다. 주전 1루수 자리에는 에릭 캐로스가 한 발 앞서 있는 상황이지만, 박찬호가 좌타자에게 약한 점을 감안했을 때 하테버그가 6번 타자 겸 선발 1루수로 나설 확률이 높다.

박찬호의 승패 여부를 떠나 바비 크로스비는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겔 테하다의 빈 자리를 대신할 크로스비는 뛰어난 운동 능력과 야구 센스, 여기에 파워와 스피드를 고루 갖춘 특급 유망주다. 시범 경기부터 진가를 발휘하고 있어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Revenge of Chan-ho

박찬호는 2002년 4월 2일을 잊을 수 없다. 텍사스의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오클랜드와의 개막전에서 5이닝 동안 9안타 6실점을 허용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그렇지만, 이날 경기에서의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경기 후 몸에 이상을 느낀 박찬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아픔을 맛봐야 했고, 이는 2년간 이어진 몰락의 시작이 됐다.

마크 멀더[AP]

당시 이 경기에서 박찬호와 선발 대결을 펼쳤던 투수는 영건 3인방 중 한 명인 마크 멀더. 인연인지 악연인지 알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멀더는 2년만에 박찬호와 선발 재대결을 갖게 됐다. 견딜 수 없는 시련을 안겨준 멀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박찬호의 부활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하지만, 마크 멀더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1998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위의 순위로 오클랜드에 입단한 멀더는 이미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이름이 익숙해진 특급 좌완 투수. 지난 3년간 무려 55승을 기록했고, 3년 연속 3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직구 구속은 90마일 초반에 그치지만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모두 완벽하게 구사하며 제구력과 커맨드도 빅 리그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완벽한 멀더지만, 그 역시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다. 바로 완벽하지 못한 몸 상태. 지난 시즌 엉덩이 부상으로 인해 다잡았던 사이영상을 눈앞에서 놓친 멀더는 등 부상까지 겹치며 지독한 부상의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현재는 몸에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않고 있지만, 시범 경기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이는 등 그의 등은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주요 체크 포인트

1. 직구 구속의 회복

7일 펼쳐질 경기에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볼 사항은 단연 박찬호의 직구 구속이다. 다저스 시절 92~95마일을 꾸준하게 기록했던 박찬호는 텍사스로 이적 후 직구의 스피드가 급감했다. 지난 2년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이유도 직구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박찬호의 직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스프링 캠프 동안 줄곧 91-94마일의 스피드를 유지했고, 95마일과 96마일도 심심치 않게 찍어댔다. 직구 구속의 회복 여부는 내일 경기는 물론, 이번 시즌을 예상할 수 있는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될 것이다.

2. 꼬마들의 반란

팀의 간판 스타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팀을 떠난 가운데 꼬마(?)들이 어느 정도의 공격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인지도 중요한 체크 사항이다.

텍사스는 오프 시즌 동안 주전 2루수였던 마이클 영을 중심으로 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으로 탈바꿈 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불안요소가 있지만, 젊은 패기로 무장한 라인업은 돌풍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마크 테세이라-알폰소 소리아노-마이클 영-행크 블레이락으로 이어지는 미래의 올스타 라인업은 이번 시즌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할 것이다.

박찬호[AP]

슬로우 스타터인 박찬호는 개막전과는 인연이 없는 투수다.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02시즌에는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도 개막전에서 무너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애너하임전에 선발 등판했던 박찬호는 2 2/3이닝 동안 6개의 안타와 6실점을 허용하며 개막전의 불운을 이어갔다. 이제는 지긋지긋한 ‘개막전 징크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첫 스타트를 순조롭게 끊을 수 있다면 부활의 속도도 앞당겨 질 것이다.

지난 2년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박찬호는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는 2년 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멋진 투구로 보답할 차례다.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광속구를 뿌려대는 박찬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박찬호의 시즌 첫 등판인 오클랜드전은 7일 오전 11:00부터 시작된다.

임동훈 동아닷컴 스포츠리포터 arod7@mlbpark.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