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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12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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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선수 지도차 괌에 가있는 이 감독은 12일 “헤어질 수밖에 없다”며 “귀국한 뒤에도 이상훈을 만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시종 격앙돼 있었다.
“전지훈련에 기타를 가져가지 말라”는 이 감독의 지시에 이상훈이 “사생활 간섭”이라고 반발하면서 시작된 갈등은 이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있다.
―전후 사정을 듣고 싶다.
“이상훈에게 전지훈련지에 기타를 가져가지 말라고 한 건 한달 전 내가 용병 스카우트 문제로 푸에르토리코로 갈 때였다. 이상훈은 지난해 팀이 연패하고 있을 때 라커룸에서 기타를 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팀 분위기를 흐릴 수 있으니 캠프지엔 기타를 가져가지 말라고 차명석 투수코치를 통해 ‘부탁’했다. 한데 첫 반응이 ‘같이 야구 못하겠다’였다. 처음엔 젊은 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같은 의사를 전달했더니 반응이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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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이 여전히 ‘음악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던데….
“(목소리가 커지며) 내가 언제 음악 하지 말라고 했나. 비시즌에는 콘서트를 하든지 술을 마시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캠프지와 라커룸에서만은 기타를 치는 것을 자제하라고 했다. 본인이야 좋아서 노래하겠지만 듣기 싫은 사람도 있을 게 아닌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생활 침해’라니 나 참….”
―지난 시즌 뒤 이상훈에 대한 트레이드 논의가 있었나.
“어떤 선수든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레이드) 얘기는 있었다. 선수를 놓고 (감독간에)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본인이 뜻을 굽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헤어질 수밖에…. 한국에 돌아가서 이상훈을 만날 생각은 없다. 감독이 이런 문제로 선수를 만나 사정해야 하는가. 이제 구단이 결정을 내릴 것이다.”
―마무리는 진필중으로 가나.
“당초 진필중을 영입할 때 이상훈과 함께 더블 마무리로 쓰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상훈을 최고의 마무리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아쉽다. 이상훈을 길들이려고 하는 게 아니다. 단체생활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다.”
한편 이상훈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그와도 인터뷰를 추진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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