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탐험]12월28일 29일째 언제나 잠이 부족해!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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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에 무덥게 느껴지는 날 운행 중 휴식시간에 물을 마시고 있는 오희준 대원
무풍에 무덥게 느껴지는 날 운행 중 휴식시간에 물을 마시고 있는 오희준 대원
날씨 : 맑음

기온 : 영하 12℃

풍속 : 초속 4m

운행시간 : 08:00-19:45 (11시간45분)

운행거리 : 33.1km (누계 :641.3km) /남극점까지 남은 거리:489.4km

야영위치 : 남위 85도 37분 119초 / 서경 81도 30분 961초

고도 : 1,475m / 86도까지 남은 거리: 44.2km

▼남극점까지 500km 이하로!▼

언제나 아침이면 '잠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대원들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다. 잠에서 덜 깨어난 상태로 맞는 환한 새벽이지만 텐트 안은 곧 분주해진다. 물을 끓이면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MSR버너 두 대를 켜고 화력을 최대로 올려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물과 밥을 만들어야 출발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그런 준비를 하는데 30분 정도. 밥을 먹는 중에도 물은 계속 끓인다. 5개의 보온병과 5개의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식사 후에 마실 물까지 만들어야 한다. 버너 두 대를 동시에 켜 놓으면 대화가 쉽지 않다. MSR의 장점은 조작이 간단하고 화력이 우수한 반면 시끄러운 단점이 있다.

05:30분에 기상하여 식사와 물을 만들어 채우고 출발준비까지 마치니 08:00시. 오늘은 어제처럼 이현조 대원이 앞장선다. 방향을 어제에 이어 서경 81도 30분까지 우측으로 치우치게 잡는다. 지도상에 나타난 얼음 장애물지대를 피해가기 위해서다. 이현조 대원의 방향유지가 제법이다. 맨 뒤에서 뒤따라오는 박대장도 별말이 없다. 한 시간 반 후의 첫 휴식 장소에서 앞쪽 진행방향으로 햇빛에 반사되어 하얗게 빛나는 언덕이 보인다. 길지는 않아도 오름길이 제법 높아 보인다. 썰매를 잡아끈다. 남쪽으로 가려면 어쩔 수가 없다. 두 번째 휴식은 언덕 오름길 중간에서다. 썰매를 풀고 뒤돌아보니 왔던 길이 저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언덕과 경계를 이룬 아래쪽의 넓은 설원은 마치 바다 같다. 표면이 하얀 바다. 설해(雪海)가 대원들의 발아래 펼쳐져 있다.

아침 출발부터 고어 자켓을 벗었다. 영하 12℃의 기온이지만 바람이 없으니 살맛난다. 첫 휴식을 보내고 언덕을 오를 때쯤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지 차갑다. 다들 운행을 멈추고 옷을 꺼내 입는다. 언덕을 다 올랐을 무렵 다시 잠잠해진 바람과 함께 다시 자켓을 벗어 썰매에 넣거나 매단다. 이상한 날씨가 벌써 3일째다. 그 덕에 3일 동안 온 거리가 95km를 넘었다. 탐험대에게는 걷는데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언덕 위를 다 올라서자 다시 펼쳐진 끝없는 평평한 설원이다. 5명의 대원이 나란히 걷는데 얼음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대원과 썰매의 총 무게가 800kg쯤 되니 그 무게에 못이긴 얼음의 표면층이 무너질 법도 하다. 그런 소리가 세 번이나 계속된다. 모두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걸음만 재촉한다. '뭉쳐 가서 그런가보다'하고 이치상 대원은 앞사람과의 간격을 두고 뒤따른다. 그 후로 별일 없어 다행이다.

5시 휴식을 마치고 선두가 바뀌었다. 상태가 좋아진 듯 박대장이 앞장서 나간다.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운행거리를 늘리려고 무지 뽑는다. 대원들은 죽을힘을 다해 뒤 쫓지만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어제 박대장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박대장의 썰매에서 짐을 좀 덜어냈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11시간 운행에 45분을 더 간 뒤에야 운행을 멈춘다. 33.1km를 그렇게 걸었다. 지나 온 5일 동안 평균 운행거리가 30km를 넘었다. 날씨가 변수겠지만 이런 상태라면 남극점도달 날짜가 앞당겨 질 것 같다. 그러기를 바라면서 대원들은 힘들어도 아무 말없이 걷고 또 걷는다.

남극점탐험대 이치상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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