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에 홀린 ‘투르크 전사’들

  • 입력 2002년 6월 27일 00시 29분


두드려도 열리지 않은 전반. 답답하기는 양 팀이 마찬가지였다. 브라질이 찬스마다 물거품으로 돌아갔다지만, 터키에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별 예선에서 이미 한 차례 격돌한 바 있는 터키와 브라질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브라질 ‘황금 멤버’들이 잠시 주춤한 초반은 터키의 페이스. 터키는 전반 5분 엠레 벨로졸루의 슈팅을 시작으로 하산 샤슈가 왼쪽, 에르귄 펜베가 오른쪽을 뚫으며 활발한 공격을 했다. 전반 19분 알파이 외잘란의 헤딩슛이 골키퍼의 손에 걸려 아웃된 것은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

그러나 전반 20분 이후는 브라질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브라질이 전반전에 기록한 9개의 슈팅 중 골문 안으로 향한 슈팅만 7개. 터키 골키퍼 뤼슈튀 레치베르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호베르투 카를루스가 왼쪽으로 돌파에 성공, 두차례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퇴장으로 출장 정지를 당한 호나우디뉴 대신 나선 에디우손은 폭넓게 경기장을 뛰어다니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는 문전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번갈아 슈팅을 날렸다. 전반 28분엔 호나우두의 슈팅, 전반 33분과 35분 히바우두의 슈팅이 터키 골문을 향했지만 공은 골키퍼에 걸리거나 문전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하지만 브라질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후반 4분 만에 호나우두가 자신의 명성을 확인했다. 질베르투 실바가 터키 진영 왼쪽에서 살짝 밀어준 공을 호나우두가 받아 수비수 4명을 앞에 두고 달려들어갔다. 달리면서 가볍게 차 넣은 슛에 호나우두의 주위를 에워싼 터키 수비수들은 속수무책. 이후 호나우두에 대한 터키의 거친 파울 공세가 이어졌고, 결승전을 대비한 듯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후반 25분 호나우두를 루이장과 교체했다.

이후 브라질은 후반 30분 루이장이 그림 같은 발리슛을 선보이는 등 화려한 개인기를 과시했지만 거센 공격에 비해 골운은 없었다.

터키 역시 후반 종료를 앞두고 일한 만시즈와 하칸 쉬퀴르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는 등 만회골을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득점을 하기엔 버거웠다.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이 1골밖에 기록하지 못한 것은 이 경기가 처음이다.

사이타마〓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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