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장학생’ 유럽 함께 간다

  • 입력 2002년 6월 23일 19시 22분


2002월드컵을 끝으로 한국축구대표팀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거스 히딩크 감독. 잔류여부를 놓고 그의 거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과의 8강전을 승리로 이끈 뒤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팀과의 계약은 월드컵과 함께 끝난다”고 밝혔다.

그가 한국을 떠날 경우 모국인 네덜란드의 명문 PSV 아인트호벤으로 갈 것이 유력한가운데 이 경우 그가 한국대표팀의 ‘애제자’ 3명을 데리고 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태극전사’로 떠오른 박지성(21·교토퍼플상가)과 김남일(25·전남 드래곤즈), 안정환(26·페루자)이 히딩크 감독을 따를 유력한 후보.

거스 히딩크 감독

잉글랜드의 저명한 축구칼럼니스트이자 히딩크 감독의 친구인 랍 휴스는 “현재로선 히딩크 감독이 아인트호벤으로 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아인트호벤은 그에겐 특별한 팀이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과 김남일 안정환을 데리고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데 텔레그라프’와 네덜란드 신문연합(NPA)의 기자들도 랍 휴스와 똑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발렌틴 드리센 ‘데 텔레그라프’ 기자는 “최근 히딩크 감독과 여러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유럽으로 돌아갈 경우 3명을 데리고 가겠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때 영입할 선수로 여러명을 거론했는데 박지성 김남일 안정환에게 가장 큰 관심을 나타냈다는 것.

히딩크 감독은 이들이 유럽에서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로 이들은 유럽팀과 잇따른 평가전과 본선 경기에서 유럽의 스타플레이어보다도 더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박지성은 프랑스와의 평가전과 포트투갈전에서 환상적인 슛을 터뜨렸고 안정환은 미국전과 이탈리전에서 천금같은 골을 잡아내 ‘영웅’으로 떠올랐다. 김남일은 강호들이 공격형미드필더들을 꼼짝못하게해 승리를 도왔다.

또 히딩크 감독은 그동안 “나는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일하고 있다. 단순히 월드컵만을 위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듯이 한국선수들의 유럽진출을 직접 도와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네덜란드리그에서 뛰게한 뒤 ‘빅리그’로 진출시키겠다는 계산.

유럽출신의 한 기자는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과 같이 땀을 흘리며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지난 1년반동안 지도하며 애착이 가는 선수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 것은 감독으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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