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들 70여만명 “거리로…거리로…”

  • 입력 2002년 6월 14일 18시 18분


“한국의 축구 역사를 다시 쓰자. 필승! 코리아.”

한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가늠할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열린 14일 서울 전역은 또다시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 ‘붉은 악마’ 응원복을 입은 70여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목이 터져라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또 직장과 가정에서도 시민들이 가족이나 동료들과 함께 TV로 경기를 지켜보며 열렬히 한국팀에 응원을 보냈다. 서울 시민들은 이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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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 네거리 및 시청 앞〓이날 서울 세종로 네거리와 서울시청 앞에는 35만여명의 인파가 운집해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이들이 입은 붉은 티셔츠로 일대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시민들은 경기 시작 10여시간 전인 오전 9시경부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보기에 좋은 자리는 정오 무렵부터 이미 붐볐다.

여대생 이승연씨(24·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우리 대표팀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주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며 “친구들끼리도 인사말로 ‘안녕’ 대신 ‘필승! 코리아!’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날 세종로 네거리에는 일본에 유학 중인 중국동포 10여명이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플래카드를 든 채 나와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든 광화문 네거리에서 일본 국가대표팀 '나카타' 선수의 유니폼을 입은 한 여성과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서로를 의아한 듯 쳐다보고 있다.

일본 규슈대에 유학 중인 박춘(朴春·30·여)씨는 “축구만이 아니라 민족을 응원하기 위해 오게 됐다”며 “공항에 내리자마자 곧장 세종로 네거리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인터넷 동호회 ‘너 광화문 가니’ 회원들은 이날 밤 일회용 라이터로 ‘불꽃응원’을 펼쳤다. 운영자 조남욱씨(21)는 “불꽃같은 열정으로 16강을 기원한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편 이날 세종로 네거리와 서울시청 일대는 이선희, 베이비복스, 임창정 등 인기 가수들이 참여한 풍성한 식전행사가 열렸고 모 화장품회사가 준비한 빨간색 그랜저 승용차 20여대가 시내 곳곳을 돌며 응원 열기를 고조시켰다.

'로열박스'로 불리는 동아일보 맞은편 인도의 나무그늘을 차지한 여대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대학로 강남 및 상암동월드컵경기장〓5만여명이 모인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을 비롯해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5만명),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3만명) 등에서도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대학로에서는 록밴드와 함께 인기가수 겸 탤런트인 장나라와 가수 이승철 등이 시민들과 축제를 함께했다.

구로구 구로중 운동장에서는 이날 저녁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동포 1500여명이 ‘조선족 붉은 악마’ ‘한민족 만세’ 등의 플래카드를 걸고 힘찬 응원전을 펼쳤다.

한편 황선홍 유상철 이영표 선수 등을 배출한 건국대는 이날 교내 대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학생 및 지역주민 5000여명과 함께 응원전을 펼치도록 했다.

▽경찰 경비 및 교통통제〓경찰은 이날 55개 중대 6000여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거리응원 현장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교통을 통제했다.

특히 흥분한 일부 관중이 소란을 피울 것을 우려해 종로구 세종로 미국 대사관과 종로구 원서동 포르투갈 대사관 인근에 경찰관을 집중 배치해 응원단의 진입을 막았다.

이날 오후 3시부터는 시청 앞 광장 주변의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도 시청 앞 등 주요 거리응원 지역에 구급차 및 소방차 140여대와 구조인력 2200여명을 투입해 만약의 경우에 대비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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