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응원戰도 페어플레이를”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23분


“클린 광화문을 만듭시다.”

10일 열리는 월드컵 한국-미국전 때는 경기 못지 않게 거리응원도 ‘16강 수준 이상’으로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폴란드를 상대로 대망의 월드컵 첫 승을 거둔 4일 밤 10만여명이 모여 질서정연하게 응원했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대 곳곳에서 ‘옥에 티’가 발견됐기 때문.

일부 청소년들은 응원 열기와 혼잡한 틈을 타 편의점에서 술과 담배를 버젓이 사가는가 하면 응원 인파를 위해 개방한 인근 건물의 화장실은 온통 오물과 냄새로 진동했다.

서울 H고 2년 김모군(18)은 “당시 모두가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술과 담배를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모씨(24)는 “당시 주류 매상이 평소보다 2∼3배나 늘었다”며 “엄청나게 많은 손님들을 상대로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기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개방한 서울시 월드컵홍보관의 경우 화장실에 오물과 쓰레기가 넘쳐 청소를 하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또 나무 위에 올라가 응원을 한 일부 시민들로 인해 곳곳의 가로수 가지가 부러졌으며 깔고 앉은 신문지 위에 흥분한 시민들이 물을 뿌려 청소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광화문빌딩 동화면세점 측은 흥분한 응원단의 발길에 건물 앞 화단이 온통 파헤쳐지자 아예 다음날부터 검은 천으로 보호대를 둘렀다.

서울시 월드컵홍보관 미화담당 조모씨(63·여)는 “한-미전 때는 건물을 제발 좀 깨끗이 사용해 줬으면 좋겠다”며 “시민의식도 16강 이상 수준에 올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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