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때 그얘기]제15회 미국대회

  • 입력 2002년 5월 20일 19시 06분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대표팀을 응원하고있는 관중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대표팀을 응원하고있는 관중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미대륙에도 축구바람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 불모지인 미국에 1994년 제15회 대회 유치권을 넘겨준 것은 일대 모험이었다. FIFA는 1984년 LA올림픽에서 축구경기가 의외로 인기를 얻은데 용기를 얻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야구, 미식축구, 농구의 나라에서 월드컵축구대회를 개최하는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IFA는 세계 최대의 시장을 흡수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과감히 히 미국을 선택했다. 그리고 FIFA의 ‘도박’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미국월드컵은 가장 염려했던 흥행부문에서 각종 신기록을 수립했다. 4년전 축구의 나라에서 열린 이탈이아 대회때보다 100만명이 더 많은 356만여명이라는 사상 최다 관중을 동원했고 총수입 역시 사상 최고액인 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1954년 스위스대회부터 줄곧 예선탈락하던 미국은 이대회에서 16강에 오르며 일약 신흥강호로 떠올랐고 월드컵 개최로 ‘축구붐’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지역예선에서 이라크가 종료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일본과 비기는 바람에 운좋게 본선에 오른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독일 스페인 볼리비아와 C조에 속한 한국은 2무1패로 예선탈락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않는 근성을 보여 세계를 놀라게했다.

예선 첫경기인 스페인전. 한국은 0-2로 뒤지다 경기종료 5분을 남기고 동점을 연출했다. 후반 40분 홍명보가 프리킥을 성공시켰고 종료 1분전 서정원이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 한국은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긴뒤 마지막 독일전에서도 0-3으로 뒤지다 후반에 대반격을 펼쳐 황선홍과 홍명보가 연거푸 골을 낚아내 2-3까지 따라붙는 등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이 대회에서는 남미의 최강자 브라질이 사상 처음으로 네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브라질은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를 맞아 연장까지 0-0으로 비긴뒤 승부차기에서 간신히 3-2로 승리했다. 이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영웅 로베르토 바조는 다섯번째 키커로 나섰다가 어이없는 실축을 해 일약 ‘역적’으로 몰리기도 했다.

‘축구신동’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와 예선 두 번째 경기를 뛴 뒤 금지약물 에페드린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져 중도에 축출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콜롬비아의 수비수 엔드레스 에스코바르는 미국전에서 실수로 자살골을 넣었는데 본국으로 돌아가 괴한들에게 총탄세례를 받고 숨지는 월드컵 사상 최악의 비극을 맞기도 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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